사회 양극화 심화 속 은유·해학의 언어가 건네는 위로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의 한 장면 캡처. / 소년시대 공식예고편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의 한 장면 캡처. / 소년시대 공식예고편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OTT 서비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시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충청도 사투리가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드라마 '소년시대'는 1989년 충남 온양 지질이 병태가 하루아침에 아산 백호로 소문이 나면서 부여 짱으로 둔갑한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대사가 회자되며 온라인상에서 '충청도 사투리 콘텐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드라마 대사 중에서는 쌀을 사러간 병태에게 쌀집아저씨가 처음보는 얼굴이라고 아는 척을 하자 "기억력이 그렇게 좋으면 왜 쌀집을 한대유. 서울대 가셔가꼬 대통령 허시지"라든가, 어색한 분위기에 친구들이 고기를 먹지 않자 병태가 "다들 탄 고기를 좋아혀?"라고 너스레 떠는 장면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식이다.

온라인 한 사이트에서는 '충청도 사투리 능력고사'로 '여 둔눠(여기 누워)', '여 쩜매놔(이거 묶어놔)'의 뜻부터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뭐여'와 가장 뜻이 먼 문장을 찾는 문제까지 등장해 공유되고 있다.

유튜브채널 '사투리즘'에 등장한 중부매일 사진. 
유튜브채널 '사투리즘'에 등장한 중부매일 사진. 

황경수 청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한반도의 중남부, 남한의 중앙에 있는 충청도에서 주로 쓰는 한국어의 방언으로 충청도와 함께 경기 방언, 영서 방언, 영동 방언, 황해 방언 지역을 포함하는 중부 방언의 한 갈래로 같은 충청도 출신이라 할지라도 어휘와 어미차이가 있다"면서 "충청도 방언의 큰 특색은 '즉문즉답'보다 '은유적 직답'에 가깝고 축약적이며 해학적이고 능청스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은유와 재치가 몸에 밴 사람 가운데 충청인이 많은 이유는 체면과 격식을 따지는 '양반기질의 농축'이 그 이유로 능청스럽게라도 겉치장과 겉치레를 해야 직성이 풀리며 이는 곧 양반인 지배계층의 짙은 속내"라며 "아래 위 사이에 낀 지리적 특성으로 유독 피침(被侵)이 많았던 복잡다단한 역사로 뭉근함, 능청, 너스레, 눙치기, 재치, 과장, 모사 등 기질적 특성으로 나타난다"고 부연했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에 위치한 '아산 쇼타임 코미디홀' 내부에 설치된 충청 출신 코미디언 안내판. / 박은지
충남 아산시 도고면에 위치한 '아산 쇼타임 코미디홀' 내부에 설치된 충청 출신 코미디언 안내판. / 박은지

이는 유독 충청도에 개그맨이 많은 이유와도 무관치 않으며 충남 아산시 도고면에 위치한 '아산 쇼타임 코미디홀'에서는 충청 출신 코미디언 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임하룡(충북 단양), 김학래(충남 천안), 최양락(충남 아산), 남희석(충남 보령), 이영자(충남 아산), 신동엽(충북 제천), 김준호(대전), 서경석(대전), 유세윤(충남 아산), 오나미(충남 공주) 등이 충청출신 코미디언으로 알려져 있다.

몇년 전 청주에서 촬영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청주 출신 연예인 이범수(세광고 졸업), 한효주(율량중 졸업)가 적어도 세번은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는 '충청도식 화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동욱 대구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겸임교수이자 콘텐츠문화학회 부회장은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의 문화구분법에서 충청도 문화는 고맥락 문화로 분류되며 메시지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은연중에 표현된다"면서 "사회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양극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충청도식으로 돌려말함으로써 해학과 유머를 즐길 수 있는 은근한 정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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