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지난 연말에 지역아동센터에서 효(孝)에 대한 인식과 실천 방법을 일깨워주는 인성교육을 할 때의 일이다.

그곳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어린이가 모인 집단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바로잡기가 쉽진 않았으나 시작에 앞서 각기 다른 내용의 효행 모습을 담은 짧은 동영상 세 편을 보여주었다.

그 후 효에 대한 이해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저·중·고학년으로 구분하여 질문을 하고, 이에 대답하면서 스스로의 판단으로 정답을 찾아 정리하도록 했다.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효도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하고 물으니 한명이 손을 든다. "TV에서 봤어요. 부모님 말씀 잘 듣는 거랬어요." 그러자 다른 어린이가 또 손을 번쩍 들더니, "저는 유투브(YouTube)에서 봤는데, 효도는 가족끼리 사이좋게 지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거라고 했어요."

더 이상 대답이 없기에 이번엔 중학년 어린이들에게 "효도는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하는 건가요?" 하고 물으니 손드는 어린이가 여럿이다. 맨 앞에 앉은 어린이에게 기회를 주었다.

"자녀들이 엄마 아빠를 잘 보살피는 겁니다. / 자식들이 어버이를 정성을 다해 잘 모시는 겁니다. / 동화책에서 읽었는데, 아들과 딸이 부모에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랬어요. 그런데, 그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대답도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고학년인 5~6학년 어린이들에게 "초등학생인 여러분이 할 수 있는 효도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를 물었다.

벌떡 일어나서 손을 흔들고 있는 어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모님이 나 때문에 걱정하시지 않도록 집과 학교와 동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착한 일을 잘하면 돼요. / 집안 식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며, 부모님이 하시는 일 잘 도와드리고, 학교에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공부 열심히 하고, 동네에선 착한 일을 앞장서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부모님과 선생님과 이웃 어른들이 가르쳐 준 걸 잘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고, 즐겁게 해드리면서 이웃 어른들에게 인사 잘하면 됩니다."

이번엔 전체 어린이에게 "부모님은 왜 그렇게 잘 모셔야 하지요?"라고 물어보았다.

이번엔 한 번도 손을 들지 않은 어린이들을 찾아서 대답을 청했다.

"나실 제 괴롬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려고요. / 우리를 낳아서 정성껏 길러 사람이 되도록 바르게 키워준 부모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겠다는 생각으로요. / 우리를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해 준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의 보답으로요."

"다음 질문에 대하여는 누구든지 대답해보세요. 불효(不孝)라는 말 들어본 적이 있나요? 어떤 게 불효일까요?" 역시 고학년 어린이들이 손을 많이 든다.

"선생님께 배웠어요, 효행과 반대되는 행동으로 부모님 속을 썩이거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거랬어요. / 부모님께 유명 상표의 비싼 신발이나 옷과 가방을 사달라고 떼를 쓰거나 친구가 아끼는 물건을 훔치는 거요, / 친구에게 폭력을 가해서 다치게 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쳐 다른 사람에게 피핼 입혀서 부모님을 걱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우리는 효도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모두가 대답 참 잘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효도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는 의견이 서로 다를 거 같아요. 효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선물로 나누어준 볼펜에 불을 켜주세요."

설명 부족인지 겨우 절반 정도다. 효도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실천하긴 싫은 건가?

"이번엔 마지막으로 모두 앞을 보고서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보세요. 자기가 지금 부모님께 효도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친구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주세요!" 39명의 절반도 안 된다.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효도하기가 싫은 건가? 아니면 너무 어려웠나? '어머니의 마음'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효행 실천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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