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전 세계 사람들이 핸드폰 속에 폭 빠졌다. 핸드폰 삼매경이다.

전철이나 버스 안, 어느 곳에서든 십 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으면 그 중 예닐곱 명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책 읽는 재미에 빠진 독서 삼매경이 무색하다. 물론 필요한 물건이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나 역시 핸드폰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외출을 하게 되면, 은근 불안해지는 고 놈을 어찌해야할까?

돌도 되지 않은 손주가 엄마의 핸드폰을 보면 검지 손가락으로 쓰윽 미는 시늉을 한다. 고것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 안에서 뭔가 움직이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물건을 향한 무한한 호기심이다.

핸드폰 없이 살던 세대와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 속에서 살고 있는 세대가 확실히 구분된다.

검정색 무전기 모양의 무겁고 커다란 것에서부터,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게 작은 것 까지, 디자인과 기능의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필요한 만큼 무궁무진한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이 전화는 받지 마세요.'선별해서 알려주기까지 할 정도다.

그 속에 들어있는 기능을 익히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하기조차 어렵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행동 하게 된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 된다.

핸드폰은 이제 단순히 전화를 걸고 받기 위한 수단을 넘어 필수불가결한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휴대 단말기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

그 안에서 쉽고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지갑도 필요없고, 암기도 필요없고, 저장해 둔 메모리만 있으면 된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계좌 이체, 쇼핑 등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톡이나 메신저 등 메시지 앱은 화상회의나 온라인 강의 등 편리함과 자기 계발에 도움을 준다.

그야말로 고 놈이 스마트한 물건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서 공부하는 조카의 일상을 수시로 볼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낯선 곳에서도 순식간에 맛 집을 찾아내는 스피드함과 정보제공에 기함을 금치 못한다.

이 같은 순기능으로 인해 학습도구로 이용하라고, 교육청에서 고등학교1학년 입학선물로 학생들에게 테블릿PC를 선물한다.

개인소유로 사용하다 졸업할 때 반납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학습도구로만 이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은근슬쩍 딴 길로 새거나 중독수준으로 가기까지 한다.

오랫동안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뇌에서 쾌감을 느끼게 되고, 수면 부족이나 우울증,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시력 감소나 시각 장애 등을 초래하는 역기능은 말해 무엇하랴.

올바른 사용법을 지켜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는 절제의 지혜가 아쉽다.

태국에서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갈 때였다. 먼저 통장에 돈을 넣어 두고 시장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생선, 과일, 어물전 상인들 모두 개인 큐알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큐알코드를 읽은 후 계산을 하고, 다시 핸드폰을 보여준다. 현금이 오고가는 우리와 또 다른, 문명의 이기를 재래시장에서 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핸드폰이 없으면 물건 사기도 힘들어지는 세상 속에 내가 있었다.

보이는 화폐가 없어질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예전엔 우리 집 전화번호를 비롯 친구네 집, 적어도 다섯 개 이상의 번호는 기본으로 외웠다.

이제는 단축번호 1번을 꾹 누르면 바로"알았다 오바!"하고 남편이 즉시 응답한다.

그러다 보니 기억의 기능이 상실되고 어떨 땐 내 번호조차 깜박 잊을 때도 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사진을 정리해 주고, 몇 년 전 오늘, 잃어버린 나의 일상을 보여주는 완벽한 비서역할까지 충분히 수행한다.

쇼핑, 관광, 통번역, 네비게이션까지 스마트폰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비록 꼰대소릴 들을지언정 하늘이 그림책이 되고, 자연이 놀이터가 되었던 그때가 정말 그립다.

이경영 수필가
이경영 수필가

고무줄놀이, 땅 따먹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돌과 흙과 나뭇잎이 친구가 되고, 모래 밥과 꽃 반찬으로 소꿉놀이 하며 친구들과 다방구를 하던 때 말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마트한 고 놈은, 잘 사용 하면 좋은 것, 잘 못 사용 하면 탈이 나는 필요악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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