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대중들은 개 돼지에요, 뭐라고 개·돼지들한테 신경을 씁니까. 개·돼지들은 적당히 짓다가 조용해질 겁니다."

배우 백윤식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렇게 대중들을 개와 돼지로 표현했다.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최근 제천·단양지역이 시끌시끌하다. 엄태영(국민의힘·제천단양)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때문이다.

공선법 의혹은 제전·단양지역 주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CJB 청주방송은 지난달 7일 저녁뉴스에서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의 자료를 인용하며 "엄 의원의 공약 이행률은 16.07%(공약 56개 중 9개 완료)"라고 보도했다.

엄 의원은 CJB 보도에 발끈했다.

엄 의원 측은 다음 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공약 이행률은 55.4%(공약 56개 중 31개 완료) 했다고 반박했다.

제천지역 언론들은 엄 의원 측이 제공한 반박 보도자료를 인용해 그대로 보도했다.

엄 의원은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엄 의원 측의 반박 보도자료가 발목을 잡았다. 반박 보도자료가 '허위'라는 의혹 제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약은 예비후보자의 신뢰이자, 비전, 그리고 선거구 지역민들에게 약속, 그 자체다.

물론 '일단 당선되고 보자'라는 식으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공약 자체는 예비후보자의 경쟁력이면서 큰 무기와 같다.

그렇다고 공약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벌 규정은 사실상 없다. 다만, 선거구 지역민들에게 신뢰만 잃을 뿐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공약이 존재한다. 반 친구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하물며 현직 국회의원이 15만 제천·단양 시민들을 상대로 거짓을 한다면 그야말로 선거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고, 선거구민들을 우롱한 것과 같다.

제천·단양지역의 허위 의혹 논란을 보면서 영화 '내부자들'의 한 대사가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혹 제천·단양 15만 시민들을 개·돼지로 보는 것일까?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허위 의혹 논란은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한 몫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천·단양선거구 5~60대의 투표율은 60%대에 육박했다. 반면 20대 등 젊은층 투표율은 그야말로 매우 저조했다. 한마디로 젊은 층의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하게 살핀 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다면, '거짓 공약, 선심성 공약'은 사라질 것이다.

허위 의혹을 제기한 주인공은 엄 의원과 경선에서 탈락한 최지우 변호사다.

팩트를 체크하려는 공격수 최 변호사와 이를 방어하려는 수비수 엄 의원의 결말이 궁금하다.

최 변호사는 이제 40대 중반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칼잡이로 불린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의 1호 고발과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천공 역술인 관여 의혹' 등 대통령실의 굵직한 사건들을 최전방에서 방어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엄 의원을 둘러싼 허위 의혹 논란이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최 변호사의 날카로운 비수에 엄 의원 지지자들의 해괴한 해명이 시작됐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젊은 사람이 왜 그래. 같은 당끼리 이러면 돼'라는 등 최 후보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는 하늘을 찌른다. 팩트 체크는 뒤로한 채 원망 뿐이다.

대통령의 칼잡이인 최 후보의 팩트 체크가 성공적으로 끝날지, 아니면 허공의 메아리가 될지는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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