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한의사

이정구 한의사
요즘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면서 한숨을 자주 쉬거나 가슴이 이유 없이 답답한 증상을 보이는 화병 환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화병은 흔히 鬱火病(울화병)으로 불린다. 울화는 울울하고 답답해 일어나는 마음의 불(火)로, 질투나 노여움 등의 감정이 마음속에서 복받쳐 일어나게 된다. 즉, 화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며, 분노와 같은 감정과 연관이 되고, 이러한 감정을 풀지 못하고 쌓아 두면 화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화병을 한의학적으로 살펴보면, 그 원인을 心臟(심장)의 火(화), 三焦(삼초)의 異常(이상), 肝(간)의 熱(열)로 나눌 수 있다. 화병이 심장의 화로 인해 병이 왔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건망증이 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아프며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해 진다.

그리고 氣(기)가 울체되고 七情(칠정, 7가지의 사람 감정)으로 인해 삼초에 병이 들어 화병이 오면 숨이 많이 차고 배가 더부룩해지면서 소화가 안 되고 전신이 잘 부으면서 대변과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며 통증부위가 여기저기로 돌아다니게 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먹는 것으로 푸는 사람들이 삼초에 병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간에 열이 있어서 화병이 된 경우인데 '怒則傷肝(노즉상간)'이라고 하여 지나치게 화를 내면 간을 상한다고 하였다. 주요증상은 머리 꼭대기가 열이 나거나 아프고 뒷목이 뻣뻣하거나 너무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으며 눈이 침침하면서 건조해지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이 있고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나 자궁에 병변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화병을 한약과 鍼(침)과 灸(구, 뜸)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順氣解鬱湯(순기해울탕)은 화병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뇌의 흥분성을 조절해 주며, 가슴에 맺힌 화기와 울기를 풀어 주어 화병 치료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조요법으로 울화를 다스리는 침과 뜸 요법 등으로 병행 치료하면 대개 3개월 만에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심한 경우도 6개월 정도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화병 자체가 평소 생활에서 많은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 때문에 생기는 만큼 화를 식혀줄 수 있는 방법을 한두 가지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좋다. 화가 많이 나는 성격이라면, 녹차를 자주 마셔주는 것이 좋다. 녹차나 아로마는 가슴에 울체되어 있는 열을 흩어주기 때문에 화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운의 울체를 풀어주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유산소 운동이다. 적당한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게 되면 가슴과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들을 상당히 많이 해보았을 것이다. 특히 꾸준한 운동을 하게 되면 기분을 좋게 해주는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 외에도 취미생활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말끔히 잊고 지내는 생활습관 또한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