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건양대 의공학과 교수

최규식 건양대 교수

무슨 일이든지 다른 사람과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논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입니다.

논쟁이란 이기고 지는 일이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서로가 자존심을 걸고 열심히 논쟁해 이겼다고 봅시다. 이긴 사람은 순간적으로 기분 좋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어떨까요? 자존심이 상하고 불쾌할 것입니다. 게다가 언젠가는 복수하겠다는 앙심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둘과의 관계는 서먹서먹해지며,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면이 강한 우리의 정서로 볼 때 더 나아가서는 원수처럼 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임스 하비 로빈슨의 '정신의 발달 과정'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논쟁에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런 저항감이나 별다른 감정 없이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우리 생각이 잘못 되었다고 지적하기라도 하면 분개하며 고집을 부린다.

우리는 믿음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놀라울 만큼 경솔하지만, 누군가가 우리의 믿음을 빼앗아 가려고 할 때에는 그 믿음에 쓸데 없이 집착하게 된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 생각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전받는 우리의 자존심인 것이다.'

또 '어린왕자'의 저자인 프랑스의 선구적 비행사이자 작가인 생떽쥐베리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에게는 누구에게라도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할 권리가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고, 그가 그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의 존엄성에 상처를 주는 것은 죄악이다."

설령 우리가 옳고, 상대편이 분명히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체면을 잃게 하면 곧 그 자존심에도 상처를 주게 됩니다. 누군가와 언쟁을 벌이면서 도저히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대개 한쪽 편만을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즉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내 안을 이루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때문에 나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배척해 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상대가 되어, 상대의 마음을 내 안에 두며 살펴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공격하고 싶은 말이 나오다가도 움찔 놀라게 됩니다.

상대방이 반대로 나에게 그런 독단적이고 듣기 싫은 말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하며, 내 안의 감정은 얼마나 출렁이게 될까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남의 입장이 되어 문제를 살펴보려고 노력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의 생각이 틀리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그의 시각을 수정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합니까? 그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고 만족을 느끼도록 그냥 내버려두면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깁니까? 자존심이 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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