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호 교사(음성 대소초)

작년에 지중해연안 터키로 여행을 갔다. 오래 전 '오리엔트 특급'과 '트로이'라는 영화를 통하여 터키란 나라를 접해 보았다.

이 나라는 보스포루스해협을 사이로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 이어지는 길목으로 세계 여행객이 끊임없이 방문한다고 한다. 관광 수입이 많은 축복받은 민족이지만, 땅이 넓고 동서양의 요충지 탓인지 오랜세월 여러 나라가 침입을 했었다.

이스탄불은 비잔티움 제국(동로마)의 수도였고, 이후 이슬람 오스만 투르크제국이 이스탄불을 점령하였다. '소피아성당'은 그리스도와 이슬람의 문화가 함께 존재하기에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에페소스'는 사도 바울이 목회를 했던 곳이며 찬란했던 시절의 그리스도교 유적지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스탄불을 떠나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면 수백만 그루의 올리브나무가 있고, 지중해 기후로 포도생산이 많아 와인이 흔하다. 청년시절 읽은 서양의 책에는 올리브기름으로 드레싱 한 샐러드 그리고 와인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올리브와 와인은 서양인들의 기호식품이지만, 우리의 들기름에 구운 빈대떡과 해물 파전은 정말 좋은 먹을거리이다.

빈대떡의 녹두는 몸 안의 독소를 중화시켜주며, 들기름은 트렌스 지방으로부터 해방된 좋은 식용유이다. 한국인의 와인 '막걸리'는 삼국사기에도 기록되어 있고, 천 년 전인 고려시절에도 백성들이 이화주(梨花酒)라고하며 즐겨마셨다. 요즘은 발효주인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특히 한류 붐을 타면서 막걸리를 찾는 외국인이 많아지고 수출도 많이 하고 있다.

막걸리는 해물 파전과 함께 단백질과 비타민B가 함유되어 있기에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막걸리에는 새큼한 맛을 내는 유기산이 들어있어 갈증을 멎게 하는 작용을 하며 또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일을 하다가 운동을 하다가 그리고 친구들과 만났을 때 파전과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이면 흡족하다.

막걸리, 파전, 빈대떡의 매력은 자연의 맛을 살렸고, 웰빙 재료에 예술적이며 과학적인 부분이 다 들어있다. 지중해식이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올리브유와 와인이 아니라, 그들도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요즘 모두들 바쁘게 살아가지만 페스트 푸드보다 채소와 나물 요리를 가까이 하자.

만추(晩秋)의 계절을 보내며 우리들 마음도 조금 더 넉넉해졌으면 좋겠다. 낯선 음식에 욕심 부리지 말고, 신토불이의 건강식으로 소식(小食)하며 살자.

불교 경전에는 '과거도 좇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라. 오직 현재를 잘 관찰하라.'고 했다. 우리 모두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길고도 먼 삶의 길을 걸어야겠다.

옛 말에 길 떠날 때는 짐을 줄이려 눈썹마저 떼어 놓고 간다고 했다. 끝없는 먼 인생길을 가려면 부피나 무게 등 황금에 욕심 부리지 말고, 가뿐하고, 단출하고, 자유롭게 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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