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작업할 일이 있어 며칠간 산을 마주 볼 수 있는 숙소에 묵게 되었다. 며칠 사이인데도 산 색깔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색을 띤 채 자기가 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매 맺고 겸허하게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을 보면서 올 해 내가 꿈꾸고 계획했던 것과 결실한 것을 돌아보게 된다. 어떤 새로운 꿈을 품는다는 것은 마치 여인이 새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아기를 낳으려면 임신하기 이전부터 보는 것, 먹는 것, 생각하는 것을 절제하면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꿈을 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롭게 하는 유익한 비전을 품으려면 건강한 몸과 바른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쟁'이라는 항생제와 '조기교육'이라는 성장 촉진제를 끊임없이 먹도록 강요당하는 우리 아이들과 오늘날의 교육 현실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이유이다.

바람직한 꿈을 품기 위해서는 부모, 교사, 지역사회의 다양한 현장 사람들, 도움을 주는 책 등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런 도움에 기초해서 아이들 스스로 꿈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딸아이 친구 중에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로 제빵 기술을 익히러 떠난 멋진 아이가 있다.

행정학과를 다니는 중에도 그 아이는 빵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자기가 만든 새로운 빵을 가져오곤 했다.

그 아이가 프랑스로 떠나기 전 왜 제빵기술을 배우려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내가 아이들이랑 마침 빵을 만든다며 여러 재료들을 늘어놓고 있었다고 했다.

자기도 동참했는데 빵 만드는 것이 그렇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단다. 빵 구워지던 냄새까지 기억난다고 했다. 그때 자기는 이다음에 크면 꼭 빵 만드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단다.

그래서 목표가 정해지자 프랑스어를 배우고, 돈을 모았다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에 깜짝 놀라면서 그 노력의 원동력은 아이 스스로 품은 '꿈'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되었다.

필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강요된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꿈꿀 수 있도록 돕고 더 나아가 아이들 스스로 꾼 꿈을 잘 성취해 나가도록 돕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물론 그럴려면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 마련해 주기, 아이들에게 적합한 자원 제공 및 안내해 주기등 몇 배나 더 바빠지고 인내도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글을 마치려니 미진하다. 꿈은 꼭 어린 학생들만 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난 이제 또 어떤 꿈을 품어야 할까?! 그래서 내년 이맘 때 또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 스스로에게 무엇이라고 말 할 수 있으려나! / 지옥정 충주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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