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농담 반 진담 반, 귀가 닳도록 아내가 내 게 하는 말이다. '넌 언제까지 내 탓만 하고 살거니' 이 소리가 목구멍 까지 차오르지만 내겐 원죄 아닌 원죄가 있어 그냥 넘기고 만다.

IMF 시절, 부부사원을 우선 퇴직 권유하는 시류 탓에, 결국은 내 탓 에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게 됐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니 탓, 내 탓 은 서로의 관계를 갈등으로 몰고 가고 대화를 단절시키는데 일조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둘러보면 온 사회가 니 탓, 내 탓 싸움이다. 여야간, 노사간, 보수와 진보간 도대체 남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문제는 결국 대화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대화를 한다고 해도 실상은 대화가 아닌 경우가 많다. 단지, 상대방의 양보를 바라며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 뿐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찾아보면 우리 사회는 대화하는 법, 대화로 푸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기서 밀리 면 끝장이라는 벼랑 끝 심리가 우리에게는 있지 않나 싶다. 양보가 미 덕이라는 말은 20세기 숨 가쁜 시대를 살아오면서 사전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런 니 탓, 내 탓의 다음 수순은 진심을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솔직히 말해서"란 말을 은연 중에 자주 쓴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말은 솔직하지 않았다는 뜻 으로 들린다. 그래서인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상대방 이 진심인지 의심하게 되며, 반면엔 내 진심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 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 수순은 니 편, 내 편의 편 갈름과 니 편과의 단절이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지구저편에 있는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만 한 사무 실에 내 옆 동료하고는 만리장성인양 느껴지는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하루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누구와 마음을 터놓고 진심어린 대화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세상에 니 편, 내 편은 우리 사회를 폐쇄적 공동체로 몰고갈 수 밖에 없다.

공자님 말씀에 '현명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자신의 내부에서 찾고, 어리석은 사람은 모든 것을 타인들 속에서 찾는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니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대화도 가능해지고 서로 윈윈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화가 아닌 마음으로 풀어야 된다. 한발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란 걸 잊어서는 안된다.

'쇠에서 생긴 녹이 쇠에서 나서 쇠를 먹어 들어가듯, 방종한 자는 자기 행위 때문에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간다'는 '법구경의 한 소절이 오늘 유난히 마음 속에 와 닿는다.
/주용성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웃음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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