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복지관으로 걸려온 한 전화.

"아이구~ 감사해유~"

"네? 여보세요."

"김치유~ 고맙다구, 그 뭐시여 담당 선생님, 꼭좀 전해줘유, 고맙다고, 잉?"

냉장고 가득히 채워지면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추운 겨울이 따뜻해지는 김장김치. 요즘 복지기관에서는 겨울철 연례행사처럼 빠지지 않고 진행되는 '김장김치 나누기' 사업이 한창이다.

수 천 포기의 김장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더해진다. '우리 지역 김장은 우리가 책임진다!' 넘치는 사명감으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직원들, 배추 수확부터 다듬고, 담그고, 각 가정으로 배달까지 내 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자원봉사자, '다음부터는 일도 도울게요.' 하시며 쑥스럽게 후원금을 건네시는 후원자, 그저 이웃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지역주민들까지 함께 모여 힘을 합치면 김치 완성! 적은 양이지만 정성을 가득 담아보내면 우리의 관심과 노력에 행복해하는 전화 속 주인공이 탄생한다.

몸으로 직접 뛰면서 김장을 마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김치를 전달받은 분들이 고맙다며 꼭 잡아주는 그 손길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짓는 미소에 피로가 눈 녹듯 녹아내린다.

한 편으로는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도 있다. 꼭 필요한 가정에 빠지지 않고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만인의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는 법. 김장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저 받으려고만 하는 지역 분위기와 일부 과격한 의사표현을 하는 분들로 혹은 미처 전달되지 못한 가정이 있어 속이 상할 때도 있다.

추운 겨울 우리는 언 손을 녹이려 입김을 불어 넣는다. 그 것은 마치 얼어붙은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듯 따뜻한 온도를 전한다.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아마도 서로의 손을 맞잡아 체온을 나누며 온기를 전할 것이다. 그것은 단지 서로를 따뜻하게 하는 것을 넘어 손을 잡는 행위를 통한 교감이리라.

날씨는 춥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수 천 포기의 김장을 해내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생각해본다. 손을 맞잡는다는 것... 그 것은 비단 손을 잡는 구체적 행위만이 아니라 맞잡은 손길에 담긴 마음이 전달되는 과정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마음으로 나누고, 진심으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함께 하는 것이 푸짐한 김장김치보다, 많은 재물보다 더욱 값지고 가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복지기관, 매스컴, 여러 단체 등을 통해 이웃을 돌아보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 때, 나의 온기가 필요한 그 때, 주저 없이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손길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이의 마음도 함께 따뜻해지는 것은 물론 주변에서 보는이들까지도 전염될 수 있는 마음이 추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바이러스가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손을 맞잡는다는 것의 의미를.

/김효정 산남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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