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완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얼마전 사극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화내용이다.

"임금님도 똥을 누나?" "글쎄다." "임금님은 똥도 누가 대신 눠주나." "아마도."

아내와 함께 보다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어릴 적에 필자도 이런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다. 대통령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돈 많은 사장들은 어떤 집에서 사는지. 높은 곳에 올라간 분들과 많은 것을 가지고 사는 분들에 대한 경이감에서 비롯됐다.

작가 유명만은 사람은 살아가면서 세 가지를 먹는다고 강조한다. 첫째, 공기를 마신다. 둘째, 음식을 먹는다. 셋째, 생각을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임금님은 똥도 누군가가 대신 눠주나" 라는 말 한마디가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생각하는 내가 있고, 타인의 눈에 비친 내가 있는데 그 둘은 서로 일치할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삶을 변화시켜야 하고,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법정 스님은 강조한다.

물론 삶에는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들이나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지만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생로병사와 의식주가 대표적이다.

임금님도 똥을 스스로 눠야 하듯이 우리의 삶도 자기 자신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이기 때문이다. 수적천석(水適穿石) 즉, "물방울 하나가 떨어지고 떨어지면 결국 바위를 뚫는다."라고 한다. 내 삶은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에서 삶의 방정식을 찾아보면 어떨까.

국민 마라토너 '봉달이'이봉주 선수가 한 신문에서 밝힌 말이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제대로 지키면서 뛰는 겁니다. 선두와 거리가 벌어졌다고 갑자기 속도를 내면 한 번에 나가떨어질 뿐입니다. 일단은 자신의 기록에서 1초를 앞당기는 게 중요합니다. 1초가 모여 1분이 되고, 10분이 됩니다."

이봉주 선수가 말하는 '자기 페이스'가 바로 '나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복어 한 마리가 성인 남자 30명을 한꺼번에 죽일 만큼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 삶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의지하려는 의타적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는 복어의 독(毒)과 맞먹는 삶의 독(毒)이다.

한비야 작가는 "인생은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가 아니라 좋은 것을 먹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디저트가 따라오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세트메뉴이다."라고 말한다. 뷔페와 세트메뉴를 아우르는 삶은 무엇일까. '삶이란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에 그 답이 있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 얍삽하게 계산하지 않는 것, 멋지게 보이려고 잔머리 굴리지 않고 사는 삶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개그맨 조혜련 씨가 오늘따라 크게 보인다. 임금님도 똥을 누면서 살듯이 나도 똥을 누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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