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지구촌교회 목사

봄이 남쪽으로부터 오신다기에 아침 일찍 덜 깬 눈을 비비며 전남 하동으로 마중을 가기로 하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인지 가는 길은 그리 막힘없이 달릴 수가 있었다. 봄을 맞이하려가는 길이라서 설렘임이 커서일까 차는 제 속도를 벗어나 달리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설렘임을 누르며 전남구례를 지나면서 산수유가 만개해 환호성을 자아낸다. 뭉게구름처럼 산등성이마다 뭉글뭉글 자리 잡은 산수유의 노란 자퇴의 뒤 모습이 새색시 저고리를 보는듯하다.

이어 펼쳐지는 하얀 매화꽃이 바람에 춤추며 손짓을 한다. 한참을 길거리에 차를 세워놓고 넋을 놓고 한참을 보며 탄성만 지르고 또 지르길 한참 잠시 들녘을 바라보는 순간 이제는 봄과 함께 일하는 시기가 되었구나! 실감을 하도록 열심히 일하시는 농군을 볼 수가 있었다.

봄이 되면 땅의 기운이 돋아나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논두렁과 밭두렁에는 새싹이 파릇파릇 솟아오른다. 농부들은 밭을 갈고 거름을 주고, 그 밭에다가 씨앗을 파종한다. 씨앗을 뿌려야 하는 계절, 봄에 씨앗을 심지 않으면 결실의 계절 가을이 와도 거둘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부모님을 도와 동네 모퉁이 텃밭에 감자를 심은 적이 있다. 딱딱한 땅을 파서 부드럽게 만들고 그곳에 거름을 뿌려서 잘 마무리하고 밤 세워 감자 눈을 골라서 쪽개어 놓은 것을 감자 씨눈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땅을 파고 잘 자리 잡게 한 후 한 줌 흙으로 이불삼아 덮어놓는다. 봄이 자나고 여름이 올 때 즈음 감자에서 싹이 나고 잎이 자란다. 하얀 꽃, 분홍 꽃이 피며 땅속에서 꿈틀꿈틀 감자 쌍둥이들이 서로 크고 실한 열매가 되기 위해 경쟁을 한다. 가을이 되어 수확할 때가 되어 호미로 땅속을 파보면, 크고 실한 감자 쌍둥이들이 줄줄이 알사탕 메 달리듯 달려서 나아온다. 어린 마음에 내가 심었던 감자 반쪽이 많은 열매를 맺어 달려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였다.

삼라만상이 약동하는 계절, 씨앗을 뿌려야 하는 계절 봄을 맞아,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길거리 마다 붙어있는 선거 현수막과 그들의 주장이 담겨진 유인물들을 손에 잡아 보면 실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럴듯한 감언이설에 우리 모두를 기만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해마다 거듭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남기어 줄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남겨줄 것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우리의 삶도 아름다운 결실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을 심어야 되지 않을까 한다. 파종의 계절 봄을 맞아 나는 무엇을 심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아름답고 풍성한 인생을 위하여 좋은 씨앗을 심자.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력을 끼치는 유익한 삶을 향하여 오늘도 파이팅 합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