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시 호 음성 대소초 교사

몇년전, 동해안을 여행하며, 울산인근의 간절곶(竿切串) 바닷가를 갔다. 이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영일만의 호미곶 보다 강릉의 정동진보다도 빨리 해돋이가 시작된다.

간절곶은 등대와 더불어 한눈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야트막한 언덕으로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변함없이 철썩이고, 언덕에 서있는 빨간 우체통과 더불어 시원스런 풍경이 이국적이다.

우리나라 동·서·남해 바닷가가 아름답지 않는 곳이 없지만 이곳은 다른 지역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다. 인근의 진하해수욕장, 서생포 왜성과 함께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 바닷가 기슭에는 바다 냄새와 아카시아향기가 그윽하다. 하얀 꽃을 주렁주렁 매단 아카시아 줄기가 축축 늘어져 있는 해변 길을 달리면, 어느새 하얀 파도와 함께 어우러진다.

남해의 백도와 제주도, 서해의 백령도와 홍도,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를 동·서·남해 3대 절경의 섬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발리, 터키의 보스포러스해협, 태국의 파타야, 영국의 남부 바닷가 브라이튼, 요코하마, 마닐라해변, 하와이도 가보았지만, 제주도나 해운대 등 우리나라 바닷가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오세영 시인은 '나의 기원'라는 에세이에서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발견했다고 한다. 초빙교수로 장기간 유럽에 머물며, 피욜드, 나폴리, 아드리아해변, 지중해 등 유명한 곳을 여행했지만, 아름다움은 우리 동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해당화피는 동해의 절벽에 묻히면 가장 행복하다고 표현했다.

필자는 군복무시절부터 포항해변에서 울진 앞바다까지 자주 다녔고,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안선의 풍광에 푹 빠졌었다. 동해안 해안도로는 쪽빛바다, 거대한 파도, 모래밭, 소나무 숲 등 바다를 끼고 달린다. 맑고 푸른 망망대해와 하얀 물거품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거나 바닷가 낙조를 보면 환상적이다. 지치고 힘들 때 죽변항이나 강구항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 한 접시에 소주한잔이면 스트레스가 모두 날라 가는 것 같다.

절기의 흐름이 봄을 달리고 있다. 봄은 소생의 시간이라고 한다. 겨우내 답답함 틀어버리게 바다 길을 걸어보자. 옹송그렸던 어깨를 펴고 연두 빛 나무들과 초록의 보리밭 고랑에서 간절히 바라며 기다렸던 화사한 봄을 찾자. 가슴이 뛴다. 봄의 안부를 묻는 춘풍(春風)의 혀는 푸르게 넘실거리는 동해바다의 파도를 데리고 와서 방안 가득 풀어놓았다.

동풍(東風)은 높은 창문과 문지방을 넘어, 가난하지만 기품 있고 가치 있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전파한다. 우리는 꿈을 되새김질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행복하다. 먼 곳을 향해 가는 배가 고요하게만 갈 수 없듯이 가슴으로 다스리며 전진해야 한다. 새 봄, 우리 모두 바닷가 거닐며,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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