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건양대 의공학과 교수

아주 먼 옛날 인도의 어느 나라에 란지트라는 왕이 신하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그만 길을 잃고 헤매는 중에 호숫가에서 슬픈 표정의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이봐요 젊은이. 난 란지트왕이오. 여기서 뭘 하는 거요? 아주 슬퍼 보이는구만. 내가 도와줄 일이 없겠소?"

슬픈표정의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저는 서쪽에 있는 파탄왕국의 왕자인데, 어느날 왕궁 생활에 싫증이 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궁을 빠져나와 이 호수에 도착했어요.

그 때 물속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났지요. 저는 연꽃을 꺾으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제 손이 닿기도 전에 연꽃은 물속으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그 꽃은 여드레 만에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지요. 그러나 제가 손을 내밀 때마다 곧 사라져 버립니다. 지금도 저는 여기에 앉아서 그 연꽃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젊은이 옆에 나란히 앉아서 연꽃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며칠 후 마침내 연꽃이 나타났고 란지트 왕도 그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연꽃이었지만 이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란지트 왕은 꽃이 사라진 물속으로 곧바로 뛰어들었습니다.

호수 밑에는 놀랍게도 큰 도시가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아름다운 왕궁이 자리 잡고 있었고 란지트 왕은 아름다운 연꽃이 많이 피어있는 비밀의 정원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어여쁜 여인을 만나서 환대를 받은 후 많은 연꽃을 얻어서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란지트 왕에게서 연꽃을 받은 젊은이는 몹시 기뻐했지만 왕으로부터 물속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은 젊은이는 갑자기 왕에게 질투를 느껴버렸습니다.

"왕께서 물속에 가서 아름다운 정원과 어여쁜 여인을 본 것은 다 제 덕분이에요. 제가 왕께 연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으니까요. 제가 아니었다면 그 여인과 그 안의 왕국이 왕의 소유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란지트 왕은 조용한 목소리로 젊은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호수에 들어간 것은 그대가 연꽃을 갖고 싶어 했기 때문이야. 내가 연꽃을 가져온 것도 그대를 위해서였지. 원한다면 그대도 나처럼 호수에 들어가게나.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결단력이야. 용감한 사람에게 불가능은 없는 것이라네."

말을 마친 란지트 왕은 젊은이를 호숫가에 남겨둔 채 말을 타고 길을 찾아 떠났습니다. 자기가 아무리 고귀한 것을 원한다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만 조바심을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