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인 적십자사 충북지사 사무처장

장영희 서강대 교수는 초등학교 때 서울 제기동의 한옥에 살았답니다. 다리가 불편해 집에서 책읽기에만 빠져있던 그녀를 어머니가 대문 앞 계단에 끌어앉혔습니다. 작은 방석을 하나 깔아주고요. 아이들이 노는 것을 구경이라도 하라는 뜻이었답니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공기놀이외 끼어들 수 없었던 그녀에게 친구들은 꼭 무언가 역할을 만들어줬습니다.

고무줄이나 달리기를 하면 심판을 시키거나 신발주머니와 책가방을 맡기는 식으로요. 덕분에 놀이에는 참여하지 못해도 소외감이나 박탈감은 느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엿장수 아저씨가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집앞에 앉아있던 그를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깨엿 두개를 내밀더랍니다. 아저씨는 잠깐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돈 없이 깨엿을 공짜로 받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목발을 짚고 살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그날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좋은 사람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영희교수가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책에서 밝힌 인생을 바꾼 고백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삶의 길을 열어주는 마음의 등불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르고 건강하게 이끌어 주는 반면 주변 환경은 우리 어린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성장하도록 하는 바탕이라는 것을 요사이 신문지면을 통해 되새겨보게 됩니다.

대낮에 어린아이가 성폭행 당하는 우리의 환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혼란스러운 이 때 선배님 한 분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요지는 어린 아이들이 혼자 빈 집에서 또는 길에서 아무 도움 없이 놀다보니 범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기관과 자원봉사단체, 기업가 등이 함께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즉 학교의 빈 교실 그리고 적십자사나 마을금고 등 공공기관과 마을회관 등에서는 회의실 등을 방과 후 아이들이 공부하고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고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기업가나 여유가 있는 분들의 재정지원으로 어린아이 돌보미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는 바램을 말씀해 주시면서 적십자사에서도 함께 추진하자고 의견을 주시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평생을 적십자와 함께 하신 분의 마음과 행동은 다르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주변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일이고 그것이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왜 실천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탁상공론만 하고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좋은 말과 격려, 칭찬의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줌과 동시에 올바로 보고 올바로 들을 수 있는 주변환경을 만들어 주어 건강한 미래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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