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범 제천 내토중 교장·수필가

우리의 삶은 어쩌면 설레임으로 가득찬 새로운 만남과 아쉬움으로 수놓아진 헤어짐의 연속인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늘 이맘때가 되면 제가 몸담고 있는 성직(聖職)인 교육계에도 명예퇴임과 정년퇴임 또는 승진과 전직(전보)으로 그리고 신규임용으로 인사이동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금번 발령에 의하여 평생동안 오직 제자사랑을 위해 헌신하신 선배님들께 고개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새로운 자리로 옮기는 분들에게는 더 큰일을 하실 것을 기대하며 정성어린 축하를 드립니다. 특히 원대한 꿈을 가지고 성스러운 교단에 첫 걸음마를 내딛는 새내기 선생님들에게는 애정어린 감사와 환영과 격려의 박수를 힘차게 쳐 드립니다.

며칠전에는 정년을 얼마 앞두고 금번에 명예퇴임을 하시는 모(某 )선생님을 뵈올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누구나 어려워하시는 생활지도담당을 오랫동안 맡아 오시면서도 늘 웃음으로 대화와 가정방문를 통해서 제자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신 분이셨습니다.

그런가하면 퇴근후에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제자들의 건전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각 곳의 우범지역을 밤늦도록 순회하시는 등 우리의 불침범이셨습니다.

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소문을 듣고 인근 여러학교에서는 그분을 모시고 근무했으면 하는 선망의 대상이셨습니다. 정말 제자사랑을 겸손과 실천으로 우리에게 직접 보여준 산증인이신 그분의 그 자리야 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를 더욱 아름답게 물들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누구나 머물었던 그 자리가 아름다운 자리로 매김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의 발자취가 결코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의 여정은 저마다 하얀 눈위를 걸어가는 발자국처럼 결코 속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참으로 그분을 뵈올 때 저자신이 몹시 작아보였습니다. 과연 지나온 교육현장에서 주위의 분들이 얼마나 저를 필요로 했는지 자문자답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모두가 아쉬움만이 가슴을 마구 짓 눌려왔습니다.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자리란 그것에 걸맞게 최선을 다했을 때만 그 자리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그 자리가 있습니다. 작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사회에서 말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자신에게 맡겨진 그 자리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거룩한 사명을 감당해 나갈 때 우리의 주위를 아름답게 물들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질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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