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건양대 의공학과 교수

부상투혼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명성을 날렸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콧수염을 기른 선수가 베이스를 돌며 왼손을 앞뒤로 힘차게 펌프질 하고, 한쪽 다리를 절뚝이던 선수를 기억하는 야구광들이 많을 것입니다. 마치 포스트시즌 극적인 승부의 상징처럼 되고 있는 이 장면의 주인공이 바로 커크 깁슨이라는 선수지요.

그는 1979년 디트로이트에서 데뷔를 하고 1988년 다저스로 이적을 하게 됩니다. 그 해 뉴욕 메츠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타율 0.154에 그쳤지만 중요한 순간에 2 홈런 6 타점을 기록했으며, 그의 진가는 수비에서 발휘됐습니다. 3차전 비로 젖은 그라운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키 윌슨의 좌중간 타구를 쫓아가 몸을 날려 잡아내며 시리즈 분위기를 끌어온 것입니다.

그는 1980년에 손목의 연골을 다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지만 그 고통을 극복하며 선수생활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1982년에는 왼쪽 손목마저 심하게 삐어버렸다고 합니다. 또 1985년에는 투수가 잘못 던진 공에 맞아 병원에서 상처를 열일곱 바늘이나 꿰맸고 허벅지에 타박상까지 입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발목을 심하게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로서 가장 훌륭한 기록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수많은 육체적인 고난중에도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선수생활을 계속한 것입니다. 고통 속에서 투혼을 발휘한 그는 이제 유명한 프로야구팀의 감독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커크 깁슨은 훗날 '고통을 이겨낸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행복과 불행이 공존합니다. 잘되고 행복할 때가 있는가 하면 안되고 낙담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낙담될 때 저는 낙담을 이겨내는 것만이 제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저는 제 직업과 가족과 자신에게 또 다른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야단을 맞지 않고 자란 아이는 똑바른 사람이 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훈계하는 것은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누에고치 나방이 고치를 고통스럽게 뚫고 나와야만 나방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어떤 사람이 안쓰러워 칼로 고치를 절개하여 나방을 탈출시켰더니 제대로 날지를 못했답니다. 역경과 고난이라는 가위질이 없으면, 고난을 이겨내는 지혜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막스 플랑크 교육연구소에서 15년간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나이와 지혜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 지혜로운 사람들의 몇가지 공통점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고난을 겪고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살았거나, 남보다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거나, 거칠고 힘든 일을 체험해본 사람들이 큰 걱정 없이 평범하게 산 사람들보다 지혜로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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