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수 에너지관리공단 충북지사장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웨딩홀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탄소중립 결혼식이 치러졌다.

그들이 탄소중립 결혼식을 결심하게 된 데는 남편 신병철씨의 영향이 컸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CDM(청정개발체제)사업을 담당하며 온실가스저감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그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고 국가 차원에서 온실가스저감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분명 한계가 있기에 가정이나 개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은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배출량을 계산한 뒤 그만큼의 탄소를 흡수할 나무를 심거나 신재생 에너지사업을 지원하는 기금을 내는 등의 행동으로 배출행위를 상쇄(offset)하는 것이다.

부부는 탄소중립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이산화탄소 발생량 줄이기에 신경을 썼다.

결혼식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많은 부분은 이동수단에서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지하철역과 근접한 곳에 예식장을 잡았고 하객들에게는 취지를 설명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양해를 구했다.

많은 하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주었고 가족들 또한 국내 최초로 탄소중립에 참여하는 부부의 마음을 이해하고 적극 협조해주었다.

화환은 정중히 사양하고 웨딩카는 하이브리드 경차를 이용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출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은 KCER(국내온실가스 감축인정분)을 구매해서 상쇄했다. 현재 KCER의 가격은 톤당 5천원가량으로 부부가 예식으로 인해 발생된 이산화탄소 2천347kg 에 대해 지불한 비용은 1만 3천700원이다. 이렇게 지불된 돈은 사회복지시설의 태양광발전 등에 투자되어 온실가스발생을 줄이게 된다.

탄소중립 결혼식을 치르면서 이들은 생활 속에서 더욱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도 자연스럽게 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렇듯이 우리주변에 회의나 행사 등에서도 탄소중립을 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녹색수도 청주라는 슬로건을 내건 청주시는 도내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10월에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중립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내년에는 청주시 본청 및 전 산하기관에 탄소중립 프로그램 실행을 확대할 예정이다.

탄소중립활동이 나무심기, 또는 돈으로 투자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1년 365일 탄소중립 활동을 할 수 있다. 등교나 출근길에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 복사할 때 이면지를 활용하는 것,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로 음료를 주문하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소소하지만 장기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활동이다. 탄소중립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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