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완 농협 청주교육원 교육

얼마 전부터 우리 집 다리미 밑면에 이물질이 붙어 있어 다림질을 할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이물질만 제거한다면 다림질할 때 마다 받는 스트레스는 말끔히 해소될 텐데도 이물질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을 몰라서도 아니고 어렵거나 힘들어서도 아니다. 단지 당장 이물질을 제거하기 귀찮고 번거로워서 자꾸 다음으로 미루게 된 탓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을 접하게 된다. 그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루고 덮어버리면 큰일이다. 깨끗하게 세탁한 옷감에 이물질이 달라붙게 되는 것처럼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세상살이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실행력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우리 집 다리미에 왜 이물질이 달라붙게 되었을까. 다림질을 할 때는 옷감의 재질에 따라 온도를 달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온도를 너무 높여 옷감이 눌러 붙게 된 것이 분명하다. 옷감의 재질에 따라 온도를 맞추어 주지 않으면 옷감이 상하고, 심할 경우 옷감이 녹아서 달라붙는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살이와 다림질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대할 때는 그 사람의 성향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상대방과 빨리 가까워지고 싶어 서두르다 보면 오해와 불신을 일으켜 관계가 깨지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다리미의 이물질은 제거하면 그만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속에 남게 된 상처는 오래 남는다.

나는 평소에 다림질을 할 때 스프레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옷은 몇 번을 문질러도 다려지지 않는 것이 있다. 어느 날인가 마음만큼 잘 다려지지 않는 옷을 낑낑대며 힘들게 다림질을 하면서 "왜 이리 안 다려지는 거야."라는 푸념을 늘어놨다. 내 말을 듣고 있던 아내가 "여보,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면서 다려 봐요. 한결 쉽게 다려질 거예요." 한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고 나서 다림질을 했더니 힘들이지 않고도 옷감이 살아날 정도로 잘 다려진다.

나는 다림질을 할 때 스프레이를 쓰지 않는 습관 때문에 힘듦을 자초했다. 삶에서 습관은 우리를 위대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으로 이끈다. 좋은 습관은 가까이 두면서 살고, 나쁜 습관은 멀리하며 살아야 되는 이유이다.

세상살이를 잘 하려면 지혜의 창고에 앎을 많이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림질 할 때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면 구겨진 옷감이 잘 펴지듯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소통이란 윤활유를 잘 활용하면 불편한 심기가 봄눈 녹듯 풀린다. 일상에서도 구겨지고 얼룩진 우리들의 마음에도 촉촉이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림질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면서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른 이의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밭을 가꾸어야 한다. 나는 요즘 아내 덕분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며 다림질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다림질을 하면서 세상살이를 배울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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