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호 음성 대소초 교사

얼마 전 아내와 마이산을 갔다. 마이산은 주변에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많은 등산객을 매료시킨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만 한 돌로 만든 수많은 '탑사'의 탑들은 태풍에 흔들려도 하나도 무너지지 않는 신비를 간직하고 있었다. 계절이 너무 좋고 마이산 주변의 경관이 뛰어나 그냥 돌아오기가 아쉬운 곳이었다.

다음 날, 대둔산을 향하여 완주군을 거쳐 갔다. 몇 년 전 가을에 친구들과 완주군을 지나는데, 홍시가 주렁주렁 달린 농가를 지났다. 주인장이 나와서 따먹고 가라는 인심에 못 이기는 척하고, 맛있게 먹던 생각을 하며 달렸다.

대둔산은 아내와 결혼 전 데이트하며 처음 갔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동안 산악회나 모임에서 몇 번 대둔산을 갔었지만, 아내와 대둔산은 두 번째이니 무심한 셈일까. 처음 왔을 때, 계곡과 계곡사이 출렁거리는 구름다리에서 긴장했던 것을 회상하며 우리 부부는 서로 웃었다.

대둔산은 금남정맥 줄기가 만경평야를 굽어보면서 솟구쳐 절경을 이룬 곳이다.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잘 다듬어진 조각품 같고, 살아 숨 쉬는 산수화가 병풍처럼 연결된 것 같다.

흙보다 돌멩이가 많고, 가파르지만 가을 단풍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격찬하다.

오랜만에 아내와 마이산과 대둔산을 오르며, 여행을 하니 행복이 스멀스멀 자라나는 것 같다. 남자들은 직장과 현장에서 급하게 달리며 살아온 탓에 좀처럼 가족과의 여유로운 시간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남자가 집으로 가는 시간이 너무 늦으면, 아내의 사랑을 자녀들에게 다 뺐길 수 있음을 알지만 실천을 못한다. 또 늦게 귀가하면, 기다리던 예쁜 딸도 잠들어 버릴 수도 있다. 남자들은 회사 동료나 친구와 술 한 잔 하다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미안하여 늦은 밤 케이크 한 개 들고 대문을 들어서는 게 다반사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죽음과도 같으며,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고 한다. 가족은 사랑으로 뿌리내려진 나무와 같다는 데, 이제는 삶 속에서 자꾸만 뒤를 돌아볼 일들이 생겨나고, 그 중에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하니 늙는가 보다.

인간의 표정 중에 가장 먼 거리에서도 유일하게 식별 가능한 것이 바로 '미소'라고 한다. 항시 가족에게 미소를 잃지 말자. 여자의 얼굴은 예술작품이라고 하는데, 아내가 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들게 하지말자. 아무리 물질이 중요한 현대사회라 해도, 역시 아내에겐 남편이 제일 중요하다. 사랑은 눈으로 한다는데, 미소 띤 눈으로 아내에게 "알지? 당신이 내겐 최고야." 말로 표현하면, 부부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아무리 운이 좋고, 노력을 많이 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하는 일과 가족관계, 친구관계, 직장 동료들과 만족스럽다 해도 '인생의 행복지수'에 만점은 없다. 우리 모두 모든 것 아내에게 양보하고, 만점은 아니지만 포용할 줄 아는 마음으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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