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범 제천 내토중 교장·수필가

길가의 노오란 은행잎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더니만 요즘은 얄궂은 바람 녀석 때문에 가엾이 대지를 뒹구는 은행잎을 볼 때마다 웬지 가슴이 시리곤 합니다. 그런가 하면 간간이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으로 인한 그 자연의 시리움보다 더 마음을 시리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닌 대입 수능을 앞둔 우리 수험생들의 마음입니다.

지금쯤 고3 각 교실에는 수능날짜를 중심으로 누구도 잘 보일 수 있도록 큼직막한 글씨로 D-몇일이라고 적어놓고 하루 하루 줄어든 날짜를 볼때마다 초조함은 더해만 갑니다. 자신도 모르게 성급한 나머지 책장을 쉼없이 넘겨보기도 하고 때로는 각교과목마다 주요 핵심정리자료를 들추어 보기도 하고 또는 평상시에 틀렸던 문제를 다시금 풀어보는 등 정말 있는 지혜를 다 짜서 최후의 몸부림을 쳐봅니다.

지난날 고3을 지도할 때 저 역시 제과목에 대해서 저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지도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시험기간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아이들 못지않게 조급해져진 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금년에도 며칠 후면 우리마음을 애태우는 대입 수능이 다가옵니다. 수험생은 수험생 나름대로 마음에 조바심이 나고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하루 하루가 속이 타들어 갑니다.

1940년 5월 13일 윈스턴 처칠은 하원에서 유명한 역사적 강연을 했습니다. 그는 ' 이세상의 모든 위대한 일은 피와 눈물과 땀의 산물입니다. 피는 용기의 심벌이요, 눈물은 정성의 상징이요, 땀은 근면의 표상입니다. 우리는 피를 흘려야 할 때가 있고 눈물을 흘려야 할 때가 있고 땀을 흘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생의 3대액체인 피와 눈물과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느냐에 따라서 개인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법입니다'. 라고 역설한바 있습니다.

그래요. 우리 수험생 들은 보다 폭넓은 미래의 삶의 현장을 열기위하여 지난여름의 뜨거운 뙤약볕과 지리한 장마속에서도 그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쉼 없이 줄달음 쳐 왔을 것입니다. 오직 뚜렷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우리 수험생들은 시험 시간 시간 마다 숨을 죽이며 실수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것입니다. 떨리는 두 손을 부여잡고 말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즉흥곡은 없습니다. 무릇 즉흥곡이란 깊은 영감, 오랜 기간 잘 길러진 감상이 어느 한 순간 화신처럼 분출하는 것이기에 우리 수험생 들은 개미같이 근면하게, 꿀벌같이 성실하게, 황소같이 끈기있게, 끝도 시작같이, 언제라도 해야 할일은 지금하고 ,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정성을 다하는 자세로 다가오는 대입수능 이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준비해 왔습니다. 이제 지난 여름의 한방울 한방울의 흘린 구슬땀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봅니다.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삶에서 결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는다고 갈파한 The Power of Choice의 저자 테드 윌리(Ted Willey)의 말을 .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