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신동인 대한적십자사 병원보건안전본부장

찬바람이 귓전을 빨갛게 물들이는 북풍따라 산길을 걸으며 지나간 뒤안길을 돌아보는 시간,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찾아왔다.

무성한 푸른 옷으로 한여름의 무더위를 막아주던 갈참나무들이 칼바람 살을 에는 이 겨울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시절의 아픔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내 몸에 내 마음에 쌓이고 싸인 수 많은 묵은 때와 주변 이웃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장막이 얼마나 두터웁게 두리웠는지 되새겨보게 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를 가볍게하여 땅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들과 삶을 이야기 하면서 내 자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미지의 기차여행에서 처음 보는 내 옆의 기막힌 인연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온화한 표정으로 행복을 전해주었는지

나만 추위를 면하고 내 배만 부르면 다행으로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헤아렸는지

내 자식만 자식이고 다른 아이들은 나와 관계없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런 마음으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숲길을 걸으며 벌거벗은 산천의 모습에서 내 스스로를 조명해 본다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이 한창인 지금 언론을 통한 성금모금기관의 잘못된 점이 세상에 알려지고 난 지금 우리 국민들의 성금모금 참여율이 저조하여 성금모금이 예전만 못하다는 주변의 얘기에 가슴 한켠이 휭하니 찬바람 쓸고 간 뜨락처럼 허전하기만 하다

성금을 모금하고 사용하는 관계자들의 잘못이 국민들의 무관심과 참여의지를 감소시켜 결국은 성금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우리 이웃에게 시름만 깊어지게 하는 안타까움이 가슴에서 치밀어 오른다

성금을 관리하고 어려운사람들에게 배정하는 공동모금회 관계자들의 엄격한 도덕의식과 자신에 대한 추상같은 잣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조직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듯이 국민의 따뜻한 성금으로 삶을 지탱하는 우리 이웃들에게는 찬바람 대신 다뜻한 온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면서 우리 이웃들에게 웃음을 주는 성금모금에 국민 모두의 열린 마음을 기대해 봅니다

나무들이 왜 벌거벗은채로 이 엄동설한을 맞이하고 있는지 모금기관과 사회봉사조직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은 대인춘풍 지기추상의 정신으로 성금을 내 몸 지키듯 지켜야 할 것이다

차디찬 겨울비가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이 아침 생존을 위해 이 빗속에서도 몸부림치는 우리 이웃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는 우리 국민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이웃이 있기에 내가 있는 것이지 내가 있어 이웃이 있는 것이 아니다는 평범한 진리가 살아 있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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