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신 태 용 지구촌교회 목사

우리 모두는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깁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이는 즐겁고 행복하며, 어떤 이는 후회하는 마음으로 어깨를 늘어트리고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한 해를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이 한해를 결산하는 날이 다가 올수록 희미해져가는 목표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딸아이가 책을 읽겠다고 정리해돈 책꽂이에 미국 여류소설가 펄벅이 쓴 '대지'라는 책이 눈에 띄어서 한 장 한 장 기억을 더듬어 읽어보았습니다.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왕릉이라는 젊은 농사꾼 이야기입니다. 농사를 짓는 데 매년 흉년이었습니다. 편안한 날 없이 매년 홍수가 일어났습니다. 흉년이 아니고, 홍수도 없어서 열매가 풍성한가 하였더니 그 해에는 황충이 떼가 나타나서 몽땅 갉아 먹고 날아갔습니다. 도저히 농사짓기 어려워서 도시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열심히 막 노동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수레를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밀면서 물건들을 날라 주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습니다. 오직 돈이었습니다. 이제 농촌에 가서 살려고 하면 제법 부자가 됩니다.

큰 집을 지었습니다. 돈도 벌었습니다. 머슴을 두었습니다. 이제 제법 떵떵 거리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밝은 하늘에 벼락이 떨어지는 듯 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남편이 며칠 집을 비우더니 첩을 데리고 들어 왔습니다. 아내를 안방에서 쫓아냈습니다. 첩을 안방에 들여 놓고 아내로 하여금 밥상을 가지고 오게 하였습니다.

첩과 그런 남편에게 끼니마다 밥을 해다 안방에 놓습니다. 그리고 나와서 한숨을 길게 내쉬고 들이 쉬면서 말합니다.

"그때가 좋았는데 그때가 좋았는데…"

그 때가 언제입니까? 추운 날씨에 리어카 끌던 그 때가 입니다. 남편과 같이 고생하던 그 때입니다. 홍수를 이기려고 비를 쪼르륵 맞으면서 논둑을 막던 때입니다. 황충이 떼가 보리를 갉아 먹을 때 남편과 둘이서 황충이를 쫓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때입니다.

사람들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해의 결산을 잘 하여야 다가오는 한해가 소망의 빛을 밝게 발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하는 사람은 이미 자신의 삶에 있어서 후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한들 "그때가" 하며 실패한 사람 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이루어서 "그때가" 하는 사람,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그때가" 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 앞에 다시 새로운 시간이라는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자신 있게 앞을 보면 쉽게 걸널 수 있는 것을 밑을 보며 두려워 떨며 한발자국을 옮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후회하는 사람은 내일의 삶에 열정을 갖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며칠 남지 않는 날짜를 보며 고개를 숙이지 말고 내년도 달력을 보며 다시 힘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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