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이 성 범 제천내토중학교장.수필가

숨가쁘게 달려온 한해도 어느덧 끝자락에 왔다. 책상위에 놓여있는 12월의 달력이 웬지 외롭게만 보인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삶의 여정마다 참으로 숱한 애환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때로는 기뻐서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 어쩔 줄 몰랐던 일, 그런가하면 뜻하지 않는 일로 눈가에 이슬을 닦으며 가슴 아파했던 일, 정말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도 뒤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아름다운 여백의 미도 잊어버린 채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의 순간순간들, 이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곤 한다.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지만 아쉬움으로 가슴을 시리게 한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같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얻는 수확은 큰 차이가 난다. 노력은 땀 흘린 만큼 보람을 느끼게 한다. 진정한 승리는 꾸준히 노력하는 자의 것이며 인생의 알찬 결실을 위해 끈기 있게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어쩌면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무리일지도 모른다. 한해가 지나가는 어떤 의미있는 시점에서 또는 어떤 일의 마무리가 되는 자리에서 하나의 매듭을 짓고 자신을 돌아보고 새 출발을 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일이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이다. 옛날 짚신장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는데 기술이 훌륭한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잘팔리고 그 기술을 전수받은 아들의 짚신은 잘 안 팔렸다고 한다. 그냥보기에는 전혀 차이가 안날 정도로 잘 만들었는데도 말이다. 평소에 그 이유를 아버지께 여쭈워보면 네 스스로 깨달아 보라고 하셨다.

그러다 어느 날 임종을 앞둔 아버지께 그 이유를 다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버지는 다른 설명 없이 '털 털' 이라는 말만 하시고는 세상을 뜨셨다. 그후 아들은 '털털'을 생각하면서 꼼꼼히 살펴보고 분석해 본 결과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짚신은 잔털까지 곱게 마무리된 완벽한 짚신이었고 자기의 것은 마지막 손질이 깔끔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아들은 끝마무리를 잘한 짚신을 만들어 훗날에 그 장터에서 제일가는 짚신장수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같은 재료와 기술을 가지고 만든 물건이라도 마무리의 정도에 따라 상품의 가치와 값의 차이가 나듯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는 하나하나 꼼꼼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 과정을 마무리할 때에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간의 과정을 다시 되짚어 보고 끝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의 성패는 결말에 달려있고 바둑의 성패는 끝내기에 달려있으며 사람의 평가는 임종을 보아야 알 수 있다고 말이다. 끝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시작이 아무리 좋아도 끝마무리 매듭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다면 곧 다시 풀어지고 만다.

이제 한해의 석양의 뒤안길에 와있지만 우리에게는 할일은 너무나 많다. 우리가 머물던 이 자리가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리로 자리 매김 해야 한다. 그러기위해 매사의 끝맺음을 늘 시작처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의 삶은 향기로움으로 가득 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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