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 류시호 시인.음성대소초 교사

작년 12월 초,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 창작 오페라 '연서'를 보았다. 쟁쟁한 젊은 성악가들이 조선시대, 일제시대, 현재를 오가며 열연을 했다. 지난해 널리 알려진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춘희(La Traviata)'를 보았는데, 한글 자막이 나와서 이해가 쉬웠다.

요즘 각종음악회에서 성악가들이 오페라의 아리아를 자주 불러서 귀에 많이 익는데, 춘희의 '축배의 노래'와 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널리 애창되고 있다.

필자는 지방에서 중·고교를 다녀 청소년 시절 가곡과 가요만 즐겼다. 그런데 대학을 입학한 후 소설가 손장순 교수가 교양시간에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을 들려주고 해설을 깃들인 지도덕분에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클래식과 팝에 매료되어 '쎄시봉'과 '오비스캐빈' 등의 음악 감상실과 YMCA 싱 얼롱-Y를 통하여 익히기 시작하였다.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자크는 체코의 푸줏간 집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음악 공부를 했다고 한다. 드보르자크의 성공은 독일 작곡가 브람스 덕분이다. 장학금 심사 위원이던 브람스가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물심양면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필자가 교양시간에 클래식을 접한 것처럼 우리는 우연한 기회에 자기의 취미나 재능을 찾아서 가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은 '지킬 앤 하이드', '로마의 휴일', '오페라의 유령'등을 보았는데, 오페라 보다 부담 없고 가볍게 감상이 가능하다. 우리 고유의 판소리는 매 주말 운현궁에 가면 판소리와 국악공연을 무료로 감상 할 수 있다. 판소리는 공연자와 관객들이 다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호흡하기에 외국의 전문가들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며 좋은 음악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페라, 뮤지컬, 판소리 등의 화음은 우리들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일 때, 위안을 주고 마음을 치유해준다. 그래서 음악은 만국 공통의 언어로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강한 화음과 파동이라고 한다.

지금쯤 고향 마을에는 눈이 내리고, 물이 얼고 있을 것 같다. 곱은 손을 녹이며 노모가 준비한 청국장은 따뜻한 사랑을 몰고 온다. 오지게 추운 요즘, 어머니가 준비한 청국장이 마음을 녹이듯 음악을 통하여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을 주면서 살자.

겨울은 소멸의 시간이고, 봄은 소생의 시간이라고 한다. 봄을 영어로 스프링(spring)이라고 하며 스프링은 용수철이다. 겨우내 웅크렸던 만물이 봄을 맞아 용수철처럼 밖으로 튀어나와서 그렇게 붙인 것 같다. 토끼의 해, 새봄이 오면 우리 모두 좋은 소식들이 용수철처럼 많이 튀어나오면 좋겠다. 올해는 음악의 화음을 통해 파동과 에너지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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