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 신동인 대한적십자사 병원보건안전본부장

입춘도 지나고 바람도 북풍에서 남서풍으로 바뀌는 지난 주말 동료들과 태백산을 찾아 야간산행으로 민족 영산인 태백산 정상에 올라 자연의 맛과 멋을 한껏 느끼고 돌아왔다.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맞이한 태백산 정상에서의 아침은 삶의 희열 바로 그 자체였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어느 때는 순식간에 노도처럼 휘몰아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온전히 하늘에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 듯 머무르기도 하는 모습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광이었다.

태백산 정상에서는 신년을 맞아 많은 산악회와 직장단체 등에서 신년 산신제를 지내는 모습이 연이어지고 있었다.

누구나 신년이 되면 한해를 알차게 보내고픈 마음에 신년 소원을 빌고 또한 교회나 사찰 명산에 가거나 하면 소원을 비는 등 우리들의 생은 소원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수 많은 소원을 비는 우리들은 우리들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을까.

글세요 아마 모르면 모르겠지만 감사의 마음을 이웃에게 전해주고 그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스신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이 인간들은 어떤 기도를 하는지 알아 보기 위해 바구니를 가진 두 천사를 땅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한 천사는 바구니에 인간들이 소원을 비는 기도를 가득 채우라는 명을 받았고, 다른 한 천사는 인간들이 감사를 올리는 기도를 가득 채우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얼마 후 두 천사는 신의 나라로 되돌아왔습니다.

한 천사는 기쁜 얼굴로 소원을 비는 기도의 바구니를 꽉꽉 채워 왔지만 다른 한 천사는 슬프고 무거운 얼굴로 돌아 왔습니다. 감사하는 기도의 바구니에는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채...

소원은 내일을 위한 우리의 마음이고 바람이지만 감사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너무 많은 주변의 사랑을 받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 학교 선생님이나 어르신들의 보살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친구들의 따뜻한 우정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물질문명의 이로운 혜택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마움 속에 살아가면서도 정작 고마움을 알지 못하고 또는 그 고마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들은 내일에 대한 소망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고마움에 대한 표현이나 기도를 더 많이 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현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삶에 대한 만족 또는 고마움이 묻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행복을 원한다면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지름길일 것입니다.

올해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어다니길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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