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 정종병 時兆社;敎役

목련이 벌써 꽃망울이 맺혔다. 100년 만에 추위와 폭설 속에서도 겨울나무는 잘도 견디고 꽃망울이 맺혔으니 신비하고 기이하다.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는 죽은 마른 나무 같은데 생명의 기운이 있어 움이 트고 싹이 나고 잎이 나서 꽃을 피우지 않는가?

저의 집은 동서남북이 야산이라 사계절 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거실에서도 항상 나무를 볼 수 있다. 여름엔 거실의 잠자리에서 별도 보고 달도 보면서 잠들고 잠에서 일어난다. 겨울엔 눈 내리는 날이면 한 폭의 풍경화 속에 동화나라에 와 있는 착각이 든다.

야산 옆에는 방죽이 있어 눈 쌓인 나무, 바람따라 물결치는 물의 움직임,가끔씩 찾아오는 천둥오리의 놀이터, 거실 유리 앞까지 와서 앉았가 가곤하는 새들의 지저귐을 보면서 천연계는 사람과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씽씽 찬 바람이 불어올 때는 나무에게 불러주는 흥겨운 노래가 있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 바람따라 휘바람만 불고 있구냐~~~

집 앞 정원에 심어 놓은 목련이 꽃망울이 만개 할 때면 동네 방래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이 모진 겨울을 잘도 이겨내고 환희의 꽃을 피워서 사람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하는 전령사가 되었다고...사람도 겨울나무처럼 고난의 시절을 꾹꾹히 견디고 이겨낸 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리라. 성경에서도 나무를 사람에 상징했다. 이스라엘의 느브갓네살 왕을 큰 나무로 비유했다.

"왕이여 이 나무는 곧 왕이시라 이는 왕이 자라서 견고하여지고 창대하사 하늘에 닿으시며~~"

다윗왕도 그의 노래 시편에서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읖었다.

나무는 어떻게 숱한 겨울을 이겨내어 수백년을 살 수 있을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겨울이 오기 전에 죄다 내려놓고 오직 몸둥아리만 남긴 채 뿌리에 생명을 품고 있기에 아무리 추운 눈보라와 바람에도 능히 이겨 낸다고 식물학자는 말한다. 겨울나무처럼 사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완전히 내려 놓을 수 있다면 나무처럼 오래 오래 아니 영원히 살 수 있을텐데......入春과 雨水가 지난 봄의 길목에서 떠날 채비를 하는 겨울나무에게 그 지혜를 배워 인생살이의 유한한 삶에서 무한한 삶으로 변화 된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시인이 보는 겨울나무를 들어보자!

벌거벗은 겨울나무가 / 추위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은 / 그 안에 생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 죽은 듯 고요하지만 / 봄이면 어김없이 새순을 돋아

울창한 가지를 키워 / 푸른 생명을 담았기 때문이다. / 외롭고 쓸쓸해 보이지만 / 놓을 때 놓을 줄 알고 / 푸른 가지 벌려 품을 줄 아는 / 그 꾸임없는 자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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