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건양대 의공학과 교수

자유세계의 최대 위협이던 공산주의 진영인 소련이 붕괴되고, 한편 자유주의 국가 중에서는 미국에 최고의 경쟁자라던 일본이 슬럼프에 빠져 10년 이상을 후퇴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아직도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밀레니엄이 바뀌어도 미국이 유일하게 계속 세계 제1의 강대국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최대의 무역적자국이며, 마약을 비롯한 각종 음란·퇴폐 문화, 향락문화의 온상인 미국이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 같은데 저토록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것도, 땅덩이가 제일 큰 것도, 지하 자원이 제일 많은 것도, 국민들의 두뇌가 특별히 우수한 것도 아닌데 미국이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바뀔 것 같지도 않다.

그 이유를 보면 그것은 한마디로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로 대표되는 정통적 미국인들의 청교도 정신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사람들을 선구자로 하여, 그 후 계속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자손으로, 현대 미국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전까지는 정계·재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기도 하였다.

보수성이 강하며, 예의 범절을 중요시하고, 엄격한 교육으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클럽 활동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원 높은 도덕성을 함양하도록 항상 근검절약한다. 이들은 미국의 현대사를 이끌어 오는 주역임에 틀림없으며 1989년 상류 출신의 정통 와스프(WASP)인 조지 H.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데 이어 2000년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미국인들의 도덕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다. 진실을 말하는 정직성, 약속을 지키는 신뢰성, 타인을 배려하는 공정성, 머리가 아닌 마음의 표현인 동정심, 신념을 실현케 해주는 용기, 약함이 아닌 강함을 나타내는 겸손, 지혜의 원천인 이성, 행동으로 드러나는 자아수련을 통해 정의로운 미국을 건설하기 위해 그들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장애물보다 가능성을 먼저 보는 낙관주의, 나와 남에게 전념하는 헌신, 첫발을 내딛게 하는 진취적 정신, 물질적 심리적 만족을 주는 일, 꾸준한 인내,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책임감, 하나가 아닌 둘을 위한 협동심, 다양한 관계에서 펼쳐지는 자기관리를 통하여 정의를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을 응원해주는 격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용서, 마음의 선물인 자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열린 기회, 바른 길로 인도하는 교육, 이웃을 사랑하는 형제애를 통하여 다른 사람도 고귀한 자유를 지켜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숭고한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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