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 류시호 시인.음성 대소초 교사

지난 1월 중순 국립중앙박물관 연수를 받으며,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을 기획한 학예사로부터 강의를 듣고 관람을 하는 행운을 얻었다. 실크로드와 둔황의 백미(白眉)는 신라 혜초스님이 1천300여 년 전 5개국을 4년간 여행하면서 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아닐까 한다.

여행기 내용에는 8세기 때 인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등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일상풍습 등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기록한 종이는 습기 때문에 오래보존을 못하는데 둔황이 매우 건조지역이라 긴 세월을 잘 보존한 것 같다.

실크로드를 통하여 서양의 유리공예 기술은 동쪽으로 이전되고, 동양의 비단, 도자기, 종이, 인쇄술은 서쪽으로 문화이동을 하게 되었다.

신라와 백제, 고구려, 고려 등은 불교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 같다. 신라의 금석문(金石文) 기록을 보면 7세기에 불교문화가 정착되었고, 8세기에는 석굴암, 석가탑, 다보탑 등을 정교하게 건축했다. 박물관내 고려 불화를 보면서 경이로운 표현과 기하학적인 문양, 따뜻한 색감 등에서 우리 조상의 기원과 고난이 눈에 보이는듯했다. 이처럼 중세문화의 정수는 불교문화가 아닐까 한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페르시아 등 강대국 간에 뺏고 빼앗기며 사는 게 역사의 현실이었다. 우리는 강력한 중국과 몽골, 사무라이가 천하통일을 한 일본 사이에서 웬만한 시련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아남은 터프함이 한국의 모습이다.

'세계가 사랑한 한국'이라는 책의 저자 필립 라스킨은 한국인은 역동성, 유대감, 성취욕이라는 3가지가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경제력이 높아진 것은 석굴암, 석가탑, 다보탑, 고려 불화를 만든 장인정신으로 세계 최고의 선박, 자동차, 전자제품, 건설 등의 기술력이 일등공신 아닐까 한다.

최근 대중문화의 한류 열풍에 맞추어 다양한 맛, 냄새, 질감이 조화로운 불고기, 김치, 비빔밥, 막걸리, 전통음악 등을 해외로 전파시키는 것이 한국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진정한 향기는 모든 것을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푸근한 정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이나 아름다운 향기를 준다는 것은 큰 감동이며 큰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향기에 취할 때,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면 가장 깊은 외로움을 짊어져야 한다. 앞으로 가는 데 필요한 건 원망과 후회가 아니라 용기와 도전정신 그리고 간절한 기도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행복이며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한다.

누군가를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만드는 일은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 모두 중세문화 향기가 준 한국의 매력을 가꾸기 위해 열심히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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