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 정종병 時兆社;敎役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 할 수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너, 먼데서 이기고 온 사람아(이성부, '봄' 중에서)

또닥또닥 창 밖에서 빗소리가 들린다. 반갑다! 봄비여! 보이지 않지만 깊은 뿌리에서 물이 올라오는 소리를 듣는다. 이 물은 그냥 물이다. 생명의 물이다. 겨울동안 나무는 추위를 견디기위해 할 수 만 있다면 최대한 물을 줄여야 한다. 물이 곧 얼음으로 변해 몸의 세포들을 파괴할 수 있는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이 빠져버린 겨울나무는 마치 지푸라기처럼. 장작처럼 말라 있어야 살 수 있다고 식물학자는 말한다. 대지에 온기가 이를 때 비로서 움이 트고 싹이 나오고 잎과 꽃을 맺기 위해서 몸 속을 흡족한 물로 채워져서 뿌리에서 줄기로 물이 올라와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처럼 나무도 물로서 필요한 양분을 실어나르게 하여 화학반응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봄에 나무가 움이 싹이 잎이 가지에 나오기 위해서는 지상의 빛보다는 지하의 물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뿌리에서 끊임없이 물이 올라오기 위해 열심히 펌퍼질을 해서 줄기 곳곳에 이동시켜 주어야 한다. 뿌리는 가장 바쁘다. 마른가지마다 물을 받아 부지런히 움직어야 잎과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서 조병화 시인의 눈에는 '해마다 봄이 되면' 그처럼 부지런 할 것을 읊지 않았는가?

"해마다 봄이되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 공중에서 /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 보이지 않는 곳에서 /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봄비가 내릴 때마다 실타래처럼 꼬인 일들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을 가지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직장에 입사한 새내개의 부픈 가슴. 상급학교로 진급한 학생들의 도전의 꿈. 멀리 떠난 님을 간절한 마음으로 만나기를 기대하는 설레는 마음. 실망과 낙담한 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바로 봄이다. 해마다 봄비가 내리면 부르는 한 노래가 있다.

님이 오시는 소리/ 봄비 내리는 소리/~~내려야 봄비야!~~~올해도 어김없이 님을 기다려 본다. 아마 생전에 만나지 못할 사람일지도 모른다. 호손작가의 '큰바위 얼굴'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봄은 꿈 꾸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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