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구동모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일본 동북지방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는 보통사람의 생각을 넘어서는 강력한 것이었다. 시속 700킬로미터가 넘는 쓰나미에 일본 동북부 해안지역 도시가 초토화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진짜 무기력한 존재를 느낀다. 밀려오는 쓰나미를 피해 엄청난 속도로 자동차를 몰던 사람의 소식이 궁금해지던 찰라 이번에는 원자력발전소 폭발 공포가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미 러시아 원전 폭발로 유령도시로 남아 있는 체르노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도 겪고 있다. 15일 일본주식 시장은 최고 14% 폭락했고 한국 시장도 100포인트 이상 폭락해 한때 1886까지 내려갔다. 원/달러 환율도 50원이나 올랐다.직접 피해를 당하고 있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 당시 사람들의 모습보다 더 처참하게 우리 눈앞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적도 없이 땅 밑으로 혹은 바다로 쓸려 나간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가? 며칠간의 구조 끝에 구출되는 4개월 된 어린 애기의 모습을 보니 내가 살아난 듯이 반갑다. 행방을 알 수 없는 부모를 찾아 울며 다니는 아이들, 남편을 찾아, 아내를 찾아 해매는 사람들의 모습, 죽은 줄 알았던 할머니를 찾아낸 손녀의 행복에 겨워 우는 모습을 보며 오금이 저리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두 가지의 엇갈린 감정이 가슴을 쓸고 지나간다. 항상 자기주장만 하던 일본이 무너지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일제 36년간의 잔혹사, 정신대 할머니들의 소송에 비정한 일본인들,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지금도 독도는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일본 사람을 생각하면 이들이 받는 고통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이 엄청난 재난과 공포 앞에서도 훈련된 직업군인보다 더 침착함을 절대 잃지 않는 일본인, 마실 것 먹을 것이 없는 상태에서도 수퍼마켓 약탈은 커녕 오히려 계산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며칠을 굶고도 아이들에게 음식을 양보하는 어른들, 피해지역에 우선 전기를 공급하도록 양보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이 사람들 진짜 무서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일 뿐이다. 저자거리 보통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평생 일궈놓은 논밭이 하루아침에 바다로 변해 버린 모습에 망연자살해 하는 아저씨, 보금자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시꺼먼 뻘만 있는 모습에 주저 앉아버린 아주머니, 부모를 찾아 헤매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지난날의 악감정은 잠시 덮어두어도 좋겠다.

남이 불행에 처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었다. 얼마 전 태안반도에서 유조선 기름유출로 온 마을이 시꺼먼 기름덩이로 변했을 때 모두 그곳으로 달려가 기름때를 걷어낸 것이 바로 국민들이다. 아이티지진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도 우리들이었다. 우리들만 도움의 손길을 주는 건 아니다. 남쿠릴 열도를 놓고 영토분쟁을 벌이던 러시아가 일본에 전기와 가스도 보낸단다. 센카쿠열도를 놓고 서로 총질을 하던 중국도 일본을 지원한다고 나섰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보내 일본의 지진현장을 복구하는 데 손을 보태고 있다. 지금 우리는 과거 감정과 현재의 이해득실은 잠시 덮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지금 일본이 당하고 있는 지진과 해일은 인간의 생명을 항상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자 정신인 코리아니즘과 진정한 글로벌리즘의 실천자라는 점을 일본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실천의 장이다. 가장 절실한 일반인을 도우려면 정부지원보다는 각급 단위의 지자체 차원에서의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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