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신동인 대한적십자사 병원보건안전본부장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마이클 센델이 지은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정부에서도 공정사회를 들고 나오면서 정의사회 공정사회가 우리들의 화두가 되었다. 과연 정의사회란 무엇이고 공정사회란 어떠한 사회를 말하는 것인가?

미국과 텔레반의 충돌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텔레반 역시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서로의 정의가 충돌하면서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이것이 전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가치 차이가 정의의 기준이 되고 이렇게 다른 정의를 위해 행동하면서 서로를 헐뜯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선과 악이라는 흑백논리가 바탕되어 내가 하는 것은 선이고 상대방의 행동은 악이라는 논리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과 악은 결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또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또한 선과 악은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동전의 앞뒤처럼 항상 붙어 다니며 선을 말하면 반대로 악이 항상 뒤 따라 오는 것이다.

정의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동안 우리는 강호동씨의 세금탈세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비판과 옹호의 부류로 나누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과연 강호동씨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돌을 맞은 만큼 잘못한 것인가? 그리고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과연 돌을 던질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가?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그 보다 더 많은 탈세를 하면서도 아무 일없이 지내는데 왜 그 사람들에게는 돌을 던지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또 하나 가장 중요한 차이가 있으니 바로 내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하는 행동은 절세이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탈세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정의의 함정이고 이중잣대인 것이다.

아울러 나를 비롯해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더 적게 내기 위해 노력 한다. 그러나 세무당국에서는 법과 행정을 동원하여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노력 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만이 정의인 것이다.

그러면 과연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는 어떠한 사회인가?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이 가슴 속으로 내려앉은 이 아침 생각해 본다.

지난 봄 뿌린 씨앗이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태양의 양기를 가득 머금고 새로운 씨앗으로 거듭나는 요즈음 가을걷이 하는 농부의 마음이 바로 정의로운 사회의 한 단면이 아닌가한다.

우리 조상들은 가을걷이할 때 어려운 이웃의 심정을 헤아려 바닥에 떨어진 나락을 줍지 않았다. 이웃이 마음 편하게 이를 수확해 가도록 하는 배려에서이고 또한 산새들이나 짐승들이 겨울 양식으로 생명을 이어가도록 하는 공생의 마음에서이다. 이러한 조상들의 슬기와 행동하는 배려 정신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말로만 외치는 정의나 공정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배려와 나눔은 바로 행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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