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이종완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지난 주말에 낙영산을 다녀왔다. 가을 들녘의 황금물결이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마음까지 여유롭고 넉넉해진다. 느긋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는데 초입에 있는 싸리나무가 눈에 띄었다.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싸리나무와 닮았다. 싸리나무를 보는 순간 회초리와 빗자루가 떠올랐다.

나는 어릴 적에 매를 많이 맞아가며 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싸리나무로 만든 회초리 맛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회초리로 잘못을 추궁할 때의 두려움은 지금도 선하다. 그때 매를 막아준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마음도 그립다.

회초리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아이를 때릴 때 쓰는 나뭇가지이다. 한자로는 편태(鞭苔)라고 한다. 편태는 채찍이나 회초리 혹은 몽둥이 등으로 매질하는 태형(苔刑)이나 편형(鞭刑)을 말한다. 혹자는 회초리(廻初理)를 처음 이치로 돌아가게 하는 막대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회초리는 하지 말아야 되는 일을 하고나면 어김없이 종아리를 친다. 처음 마음먹은 것을 게을리 할 때도 인정사정없이 매몰차다.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를 어겼을 때도 약방의 감초처럼 나타나 불호령을 내린다. 회초리로 매를 맞을 때면 눈물이 난다. 아프거나 억울하고 서러워 울기도 하지만 잘못을 뉘우치는 눈물이기도 하다.

회초리는 나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 잡아주는 스승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다시 끼워야 되는 번거로움도 줄여주었다. 인생을 100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답을 정답지에 한 칸씩 밀려 써 속상해하고 허망해하는 것도 막아주었다. 회초리는 나에게 길을 잘못 들어 고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회초리는 어린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른에게도 회초리는 필수품이다. 개인의 일상에서 회초리가 필요하듯 정책을 의결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회초리는 필요하다. 회초리는 개인과 조직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판이다. 싸리나무를 회초리로 쓰는 이유는 세상을 싸리나무의 결처럼 단단하고 조밀하게 살아야 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싶다.

산행을 마치고 공림사 앞뜰에 다다르자 싸리나무로 만든 빗자루 비질을 한 흔적이 보인다. 누군가가 싸리비질을 한 수고스러움이 느껴져 마음까지 정갈해진다.

앞뜰이나 마당의 지저분함은 비질을 하면 해결된다. 앞뜰과 마당에만 비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도 때때로 비질이 필요하다. 생각이 잘못됐다 싶으면 마음의 비질을 통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타인에게 고통과 아픔을 준다 싶을 때도 마음의 비질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나만의 이기심도 마음의 비질로 쓸어내어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이 머물도록 해야 한다.

이민규 교수는 "질문하는 자는 답을 피할 수 없다. 현재 관점에서 미래를 묻는 것보다는 미래 관점에서 현재를 묻는 질문을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마음의 비질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얘기이다. 마음속에 회초리를 두고 사는지도 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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