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이상도 충주종합사회복지관장

삶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그 어떠한 상황과 조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은 변하는 법이므로 이왕 변할 바에야 차라리 변화의 주인이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변화를 하려면 우선 자기인식이 잘 되어야 한다. 내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생각하는지, 또는 무엇이 좋다고 생각하고 무엇이 싫다하는지 잘 보아야 한다. 즉, 나의 생각이나 행동패턴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나의 패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다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필요한 법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는 것을 대부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이가 드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변화는 스스로 자신의 패턴과 관행을 깨야만 하는 것이다. 타인에 의해서 억지로 변화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변화하려고 하면 달걀이 부화되어 병아리가 될 수 있지만, 타인에 의해서 깨트려지면 달걀 프라이가 되기 십상이다. 독수리를 닭장에서 키우면 날개가 3미터가 되어도 날지 못하는 큰 닭이 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스스로 변화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유리병에 벌을 넣어두고 밑바닥을 창문 쪽으로 돌려놓으면 벌은 빛이 들어오는 밑바닥만 윙윙거리고 날다가 지쳐 죽고 만다. 빛이 들어오니 그곳만이 출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유리병에 파리를 넣어두면 이곳저곳을 부딪치며 날아다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의 주둥이를 통해 밖으로 날아간다. 우리는 변화를 위해서 유리벽에 부딪치는 수고와 시행착오를 감수해야만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윗사람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아랫사람들에게만 변화와 혁신의 책임을 묻는다면 아랫사람들은 아마 모두들 뒤로 나자빠질 것이다. 또한 비겁하게 혁신을 해서도 안 되며 나태한 혁신도 없다. 다른 사람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 가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야만 한다.

변화와 혁신을 언급할 때 정주영회장이 자주 거론된다. 일례로 예전에 UN군 사절단이 부산의 UN군 묘지에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5일 이내에 잔디작업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는 한 겨울이어서 푸른 잔디를 구할 수가 없었는데 정주영 회장은 흔쾌히 OK를 하고서 낙동강 일대의 보리밭을 사서 싱싱한 푸른 보리 떼를 입혀서 잔디처럼 보이게 했다.

또한 이런 예도 있었다. 소위 '빈대철학'이라고도 하는데, 정주영회장이 젊은 시절 인천 부둣가에서 일을 할 때의 일이다. 낮에 고된 노동을 하고 밤에 잠을 자려는데 빈대들이 극성을 부려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탁자 위에 올라가서 잠을 청하니 빈대들이 탁자 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물어뜯더란다. 이번에는 탁자 다리 밑에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받쳐 놓으니 익사할 것을 두려워한 빈대들이 더는 물지 않았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자 다시 빈대들이 물어뜯었다. 어찌된 일인지 살펴보니 빈대들이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에서 낙하하여 물어뜯는 것을 보고 "빈대들도 저렇게 열심히 연구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깨달음을 얻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생길 때마다 빈대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뭐든지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또 한없이 쉬운 게 일이다"라고 한 정주영회장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방식과 패러다임을 수용하면서 스스로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노력해보길 바란다. 문득 TV 광고에서 본 "어디 해보기나 해봤어?"라는 짧은 멘트가 여운을 남기며 뇌리를 스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