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서은선 사회적기업 영동군 사회서비스센터 대표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면서 법 제정을 기념하여 사회복지의 날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입니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현장 종사자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날입니다. 많은 지역에서 사회복지의 날을 기념하여 기념식이나 체육대회 등의 행사를 개최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들은 시설의 대상자인 장애인· 노인· 아동들을 위해 시설의 문을 하루라도 닫을 수 가 없습니다. 그날은 마음만 바쁘고 오히려 부담만 많은 날이 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인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대화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우리들의 섬세한 손길과 마음은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으로 지쳐가고 있습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과 자원체계를 연결해주는 역할, 그래서 콘테이너에서 살아가는 아동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발품은 하루도 쉴 수가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매칭해서 사업을 집행하는 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지역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기 보다는 중앙정부 예산이 수립된 프로그램이나, 필요가 없어도 실적을 위해 할 수 밖에 없는 사업들이 많다보니 중복되어 진행되는 사업들이 많습니다. 일명 전시행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는가 하면 서로 눈치만 보면서 속앓이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상자의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였던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노력은, 전달체계의 맨 아래에 오면 과거 선배들의 노력들이나 중앙부처의 취지와는 상관 없이 자의적인 해석과 지방정부의 예산 매칭과 타시군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하여, 검증의 기회조차도 없어지고 사장됩니다. 설령 예산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즉시 실적이라는 이름하에 발목을 잡게 되어 사람을 위해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것이 아니고 실적을 위해 사람들을 선별할 수 밖에 없게되고 간혹 정치 논리에 좌지우지당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 논리에 편승하여 형식과 외형에만 치중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수많은 세월동안 오로지 대상자들만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원칙을 준수하려는 노력들이 "고리타분한 것"이 되고 발품을 팔아 지역자원이나 서비스를 연결하려는 노력이 "구차하게 구걸하는 것"으로 비춰지며, 순수한 열정으로 뛰어들었던 초심은 어느새 속물적인 타성에 젖어들지는 않았는지 모릅니다.

이웃에 살고 있는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십시일반 음식을 장만하여 나누고 농번기에는 품앗이를 행했던 우리들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우리들의 미풍양속들이 사회복지 프로그램화되어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하면 '000 이웃돕기' 캠페인으로 관(官)에 생색내기로 성금을 하는 모습으로 바뀔 때가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미풍양속인 두레나 향약 품앗이 정신이 사라져간 자리에 프로포절, 공모라는 형식의 페이퍼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위해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것이 아니고 프로그램을 위해 사람들을 선별해야 되는 작금의 사회복지 정책들은 사람이 중심에 서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예산의 집행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인 사회복지사들의 열약한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월100만원의 저임금에 하루 12시간도 불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어떤 상태로 대상자를 만날지 못내 아쉽습니다.

타 시 군과 보폭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먼저 앞장서서 사회복지사의 처우에 대한 조례와 예산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기관 시설 등의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일을 해나가는 사람인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므로 그들이 행복할 때 사회복지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다고 생각됩니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종사자가 행복할 때 대상자의 삶은 더욱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말들을 많은 교수님이나 훌륭하신 분들이 무수히 말한 게 기억납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여전히 실천되지 않은 것도 기억합니다. 말만 많은 그들보다 정작 당사자인 사회복지사가 침묵하고 있다는 게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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