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이수진 충북대 출강

"9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뚜뚜뚜 땡! 전두환 대통령은~" 19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땡전뉴스'의 추억. 하지만 32년이 지난 2012년을 살고 있는 사람도 쉽사리 공유할 수 있는 현실.

대선에 참가할 유력 주자들이 정해지고 민심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추석 명절 직전 공영방송 TV 뉴스를 통해 다시 한 번 80년대를 회상하게 된다. 뉴스에서 전두환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당시의 뉴스를 판박이 하듯 시보가 울리고 뉴스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로 시작하는 멘트를 보고 하는 말이다.

더군다나 그 내용은 청와대발 대북 강경 발언이다. 언론을 통한 북한 아이템의 확산과 그에 대한 강경 자세의 유지를 통해 정권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자 했던 구래의 습성이 21세기에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공영방송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장악당해 '공영'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청와대에서 떨어진 낙하산 사장은 권력의 입맛에 철저하게 부응하며 방송의 공정성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공정방송을 요구하던 각 방송사의 노조원들이 복귀한 이후에도 사측의 보복성 인사는 계속되었다.

KBS의 경우에는 파업을 이끈 노조 집행부와 KBS기자협회 회장·부회장 등 12명에게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다. MBC의 치졸함은 KBS를 넘어선다. MBC는 사장퇴진 투쟁에 참여했던 노조원 770명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

거기에 더해 MBC 노조에서 발행하는 '비대위 특보'에 따르면 "파업 중단과 업무 복귀 전야에 강제로 직종을 변경해 부당 전출시킨 조합원 50여명 가운데 28명을 또다시 MBC 아카데미로 교육발령 내는 폭거를 9월 26일 저질렀다." PD수첩을 만들던 PD, 전 방송기자연합회장 등이 방송 아카데미에서 '미디어의 이해', '내가 만드는 브런치', '트위터 사용의 이해'와 같은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중이 원하는 제대로 된 뉴스가 생산될 리 만무하다. 이제 사람들은 뉴스보다는 SNS를 더 신뢰하는 듯하다. 신뢰성을 잃은 뉴스는 뉴스로서의 가치가 하락될 뿐만 아니라 자격까지 상실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대중매체가 스스로 환경을 감시하고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의 상호간 조정을 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데 따른 것이다.

더군다나 소수의 매체에 의해 모든 것을 지배받던 시절을 넘어, 정보화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넘쳐나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시기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원래 국가 권력은 통치를 위해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를 여러 방식으로 통제하고 활용한다. 하지만 언론은 국가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관리들이 부정부패한 경우 이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사회적으로 요구받고 있고 그들 스스로도 그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미디어의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게 된다.

대중매체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과 수용자의 요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디어 자체적으로도 그러한 것들이 수용자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다. 즉 그러한 것이 상업적으로도 이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상업방송인 SBS 뉴스가 오히려 공영방송의 뉴스보다 더 공영성을 보인다는 말을 종종 접하게 된다. 결국 SBS가 수용자의 요구 사항을 빠르게 잡아낸 것 아닐까? 그렇다면 공영방송들은 어떠할까? 그들은 수용자의 반응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을까? 난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들은 단지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계산으로만 방송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2012년에도 여전히 80년대 과거의 망령을 향해 꾸준히 전파를 쏘고 있는 것이다. "응답하라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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