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이상도 충주종합사회복지관장

요즘 TV에 '언어순화 캠페인'이 공익광고로 방송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욕설과 은어를 사용하지 말고 대화해 볼 것을 주문하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듯 매우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광고이다.

'말'은 곧 인격이다. 그래서 바른말과 고운말을 써야 한다. 단지 욕설과 은어뿐만이 아니다.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협박하거나, 비논리적으로 모든 게 상대방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제외하고 대화를 하자고 하면, 공익광고에 나온 아이들처럼 말을 잘 잇지 못하는 어른들도 많다. 말이 곧 인격이면, 그들의 인격은 어떤 수준일까?

대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각 정당과 대선후보자들 사이에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 된다.

상대방의 정책에 대한 논리적인 비판보다는 각종 험담과 루머, 비논리적인 비판, 막무가내 우기기 등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지 않도록 인격적으로 성숙된 분들이 많이 참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주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의무적으로 설립된 영구임대아파트내의 사회복지관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일부 주민들을 앞세워 사회복지관의 공간을 관리소가 사용하게 해달라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또한 복지관내에 설치된 어린이집을 주민의 손으로 돌려주어야한다는 명분으로 어린이집의 운영권을 보육에 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관리사무소로 넘겨달라고까지 한다.

관리사무소가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그 수익금으로 관리비를 낮춰주겠다는 현실성 없는 얘기에 극히 일부의 주민들이 어린이집 운영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감사청구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법의 기준에서 논리의 허구성과 비유를 들어 상황을 설명해주어도 오히려 '법'의 잣대만 들이대지 말고 주민들이 원하니까 그냥 해결해달라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화가 생각난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다양한 논객들을 만나서 많은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당시 인도인들의 전통적인 구복신앙에 정면으로 위배되었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율법학자들과 논객들이 찾아와 부처님과 논쟁하기를 원했으며, 이러한 논쟁으로 늘 시끄러웠다. 부처님은 처음에 이들을 상대로 친절히 상대 논리의 허구성을 짚어주기도 하고 비유를 들어 알아듣기 쉽게 답변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석가모니, 당신은 왜 늘 비유만을 들어서 설명하시는 게요?"하고 따지듯 묻곤 하였다.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무위로 돌아가 버리자, "소를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소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아와 갖은 욕설과 행패를 부리곤 하였는데 부처님은 그들이 말하는 동안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계시다가 이렇게 물었다. "여보게 자네에게 어떤 손님이 찾아와 선물을 내 놓으며 받으라고 할 때, 자네가 안 받겠다고 거절을 하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이 되겠는가?" 그러자 상대방이 "그것이야 당연히 내가 안 받았으니, 선물을 가져온 그 사람 것이 아니겠소!"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부처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지금 나에게 주는 자네의 선물(욕설과 행패)은 내가 안 받겠으니 자네가 도로 가져가게나."

이런 부처님의 일화를 듣고 다시금 생각에 잠긴다. 상대방에게 욕설과 은어를 퍼붓고 행패를 부리며, 근거없는 비방만을 일삼는 모든 사람들과, 지금 현재 나에게도 그와 유사한 선물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부처님의 일화를 예로 들며 말해주겠다. "당신께서 제게 준 선물은 제가 받지 않을 테니 당신께서 도로 가져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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