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 숲해설가 협회사무처장

매일 뉴스에선 대선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각 후보에 대한 움직임과 행동, 과거 사생활까지 그리고 이어질 전망을 서로 각각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 합니다. 매일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듣다가 퇴근을 재촉합니다.

눈앞에 무심천이 눈에 보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 변화와 관계없이 묵묵히 흐르는 무심천,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뱁새들, 해지는 하늘에 날아오르는 흰뺨검둥오리들, 잎을 점점 떨어뜨리는 벚나무까지 세심한 마음으로 보다보니 작게 만든 우리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둑을 따라 걷다보면 큰 물고기들이 보입니다. 첨벙 소리도 내기도 합니다. 팔뚝만 한 잉어들이 물풀 사이를 유유히 헤집고 다닙니다. 잉어와 비슷한 정도 크기의 민물고기는 누치가 있지만 당당한 모습의 잉어와 견주지는 못해 보입니다.

잉어는 잉어과의 대표적인 물고기입니다. 잉어과는 우리가 잘 아는 붕어, 갈겨니, 피라미 등 많은 물고기가 이에 속합니다. 잉어는 멍짜, 잉애, 따그미, 빗등이 등의 사투리로 불리고 있지만 모두 잉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립니다. 사투리가 적은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물고기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잉어는 옛 그림,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합니다. 중국에선 용문협이라 부르는 3단으로 된 좁은 골짜기를 잉어가 돌파하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고 하여 등용문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 후 출세의 상징, 시험의 합격 등의 의미로 잉어를 표현했습니다.

잉어는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몸집도 크고 오래 살아서 영물로 여겨 전설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옛날 낚시꾼이 큰 잉어를 잡았는데 잉어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고 그 잉어를 다시 놓아주자 용이 되어 날아갔다는 이야기와 옛날 전라 감사 꿈에 잉어가 나와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자 잠에 깨서 주방으로 가니 요리하려고 잡아온 큰 잉어를 보고 다시 놓아주었다는 이야기 등 많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전설의 내용은 대체적으로 잉어가 용이 되어 날아간다는 내용입니다.

드라마의 용의 눈물처럼 용은 왕을 뜻합니다. 잉어를 한자로 표기할 때 '리어'라고 표기합니다. 리는 十자 무늬가 있다고 하여 무늬(文理)가 있는 물고기에 리(理)자를 따서 리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리어는 조선왕조 이(李)씨와 발음이 같아서 왕에게 진상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민들은 잉어를 약으로 많이 사용하였는데 태아와 산모에 이로운 약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물 속에서 큰 몸으로 유유히 움직이는 잉어를 보며 왕을 만든 것도, 영물로 만든 것도, 출세의 상징이 된 것도 모두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잉어들이 이번 왕 콘테스트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물고기들이 모여 그 잉어들 중 무심천을 이끌어갈 왕을 뽑습니다. 각 잉어들은 지형적 환경에 따라 살아온 삶이 다르고 몸집이 더 큰 잉어도 있을 것이며 수영을 잘하는 잉어도 있을 것입니다.

왕으로 뽑힌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걸 바라는 물고기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물속에서 서로 생태적인 관계를 맺고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랄뿐이죠.

물고기는 물고기다운, 사람은 사람다운 왕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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