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서은선 사회적기업 영동군 사회서비스센터 대표

작은 마을은 모든 것이 아기자기 하다. 시골동네 버스주차장 앞 빵가게도 그런 아기자기한 멋이 일품이다. 소보로, 단팥빵, 먹음직스러운 케잌까지 여러 종류의 다양한 빵들이 쇼윈도우에 진열되어 식욕을 자극한다.

요즘은 야심작인 곶감빵을 선보이고 있다. 황남빵, 호두과자등과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빵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장인정신의 발현으로 시작한 곶감빵에는 불황도 벗어나고 싶다는 야심차면서도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경상도 두메산골에서 태어난 빵가게 사장님은 가난에 이골이 난 성장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들 굶지않게 하려던 초등학생은 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빵집 일을 배워야 했다. 그것을 계기로 30년이 넘는 세월을 빵과 함께 하였고 이제는 아들형제를 키우는 어엿한 가장으로 그리고 아기자기한 빵가게 사장님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는 가난으로 인해 밥을 굶고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시절을 생각하며 사람들 모르게 빵을 기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사장님의 선행은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아름다운 계기가 되었다.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언론매체에 보도 되면서 많은 단체 및 사회복지 시설 기관들이 앞다투어 빵을 기부받기를 원하였고 신이 난 사장님은 새로 빵을 만들어 여력이 닿는 한까지 기부를 하였다. 그러한 사장님의 소박한 마음은 쿠폰을 만들어 군에 기증하는데까지 발전하였다.

수혜자가 빵이 필요할 때 쿠폰을 들고 빵을 가지로 오는 형태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가게를 찾는 손님은 별로 보이지 않는데도 항상 싱글벙글 밝고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 주시곤 하셨다. 그러던 어느날부터인가 가끔 속상해 하고 어깨에 힘이 빠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년 서리피해와 올해 태풍으로 농촌지역의 경기가 그 어느때보다도 불황이라 힘드셔서 그러는가 추측도 해보았지만 그동안의 사장님의 성격상 그런 이유는 아닐꺼라는 생각에 무슨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끙끙거리며 속내를 털어내놓지 못하던 사장님은 이후에 하소연하듯 속상해하는 이유를 말했다.

쿠폰 금액에 맞는 빵을 가져와서는 소득공제영수증을 발행해달라는 사람, 빵 몇 개 가지고 와서는 거스름돈 달라는 사람, 빵 말고 현금으로 직접 달라고 하는 사람, 어느 단체는 주고 왜 우리단체는 안주냐며 얼굴 붉히는 사람, 심지어는 길 건너 대형 빵집에서 빵을 한아름 사들고 와서는 무료로 제공하는 빵을 달라고 하는 사람 등, 쿠폰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와같은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잘 몰라서 그럴수도 있을거라고 스스로 위안도 삼아 보았지만 점차 도를 지나친 사람들의 요구에 결국은 포기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말씀과 함께, 몸도 지치고 마음까지 지친데다가 경제적 사정도 어려워져 빵집 운영까지도 고려중이다라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내내 무겁기만 하다.

길모퉁이 빵집 사장님처럼 배고픈 시절을 겪은 사람이 배고픈 이웃을 위해 희생하며 살고 있고, 재해나 블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소시민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렇게 착한 이웃들이 생계조차 위협받아 삶의 터전까지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대형마트나 빵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

가을걷이의 고즈넉한 모습에서 우리는 감사와 나눔을 배운다. 어딘가에 있을 배고픈 이웃을 위해 사랑이 가득담긴 빵을 구울 수 있으며, 단란한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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