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최윤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국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주 비하동 롯데마트(서청주점)가 오는 9일 문을 연다. 시행사인 (주)리츠산업은 2008년 청주시가 대형마트 입점을 불허하자 행정소송까지 간 끝에 사업에 들어갔다. 당시 재판부는 "청주시가 충북도의 지침에 따라 인구 15만명당 대형마트 1개소가 적정하기 때문에 불허 조치했다고 하나, 이러한 공익성이 개인의 사유 재산권을 침해할 만큼 크지 않다"며 "행정기관의 재량권 일탈과 남용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형마트가 이미 포화상태라는 청주시에 기어이 하나 더 만들겠다며 뛰어든 롯데쇼핑은, 대형마트에 가전·완구 매장, 아울렛, 영화관 등을 추가해 복합쇼핑몰로 등록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법망을 피해 연중무휴 영업하기 위한 꼼수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비하동 롯데마트는 영업시간 제한(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이나 의무휴업(월 2회) 대상이 아니다. 현행법은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만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발 부지는 최근까지도 시유지 편입 및 보상가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고, 롯데쇼핑 바로 옆에 들어서는 주유소 문제로 상인들의 장기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 측에서는 직영 주유소가 아니라고 하나,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설 때도 재벌 대기업들은 직영점이 문제가 될 듯 싶으면 '바지사장'격 점주를 내세우곤 했다.

최근 4년간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유통서비스업에 집중되면서 중소상인 적합업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도, 생계형 서비스업이라 할 수 있는 음식ㆍ숙박ㆍ소매업에 가장 많이 진출한 그룹이 바로 '롯데'다. 청주 지역을 보더라도 롯데는 GS리테일을 인수하면서 대형마트 8개(비하동 포함) 중 3개(38%)를 소유하게 됐고, CS유통(굿모닝마트, 하모니마트)과의 기업결합으로 슈퍼마켓(SSM)은 전체 32개 중 15개(47%)를 차지하게 됐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뿐 아니라,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 SSM의 변종인 롯데마켓999, 세븐일레븐, 롯데홈쇼핑, 롯데닷컴까지. 전 유통 분야에 롯데그룹이 포진해 있다.

또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도 롯데가 수입해온 브랜드다. 최근엔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까지 인수해 가전유통 분야까지 덩치를 키워 가고 있다.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으로 대표되는 식품 분야는 주류 부문까지 확대됐고, 거리에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커피, 카페 칸타타, 나뚜르 아이스크림, T.G.I Friday's,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롯데 계열사 점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재벌 대기업의 문제는 이들 계열사 간에 일감 몰아주기가 성행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와 백화점 매장에 계열사인 '롯데브랑제리' 빵집이 수의계약으로 들어간다든지,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공급하는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햄버거 등을 '롯데후레쉬델리카'라는 자회사에서 공급받는다든지, 롯데시네마 영화관 안의 팝콘 매점을 '롯데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가 장악하는 식이다.

지난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롯데쇼핑 측은 충북청주슈퍼마켓조합과 비하동 복합쇼핑몰 개점에 합의하고 상생협약을 맺었다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청주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마케팅 및 판매 컨설팅 교육을 제공하고, 슈퍼조합이 추진중인 중소유통물류센터의 운영기법을 교육하는 등 '실질적 자립지원책'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점 합의에 준하는 합의 내용이 무엇인가? 협약서의 다른 조항에서 알 수 있듯, 고작(!) "라면 및 담배의 낱개 판매를 하지 않는다"거나 "현재 거래하고 있는 조건보다 나쁘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지역업체를 이용하고 지역특산품 및 대리점 물품을 구매하겠다는 롯데에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 의심을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롯데마트 서청주점은 복합쇼핑몰내 대형마트임에도 의무휴업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하라. 그것이 바로 참된 상생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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