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도심 한복판 도축장, 이대로 괜찮은가

지난 2월 24일 발생한 젖소 난동사건 모습

청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도축장에서 또다시 소가 탈출, 여전히 허술한 도축장 안전관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도축장에는 출입구에 펜스가 설치되고 안전관리인이 배치됐지만 갑자기 늘어난 물량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 탈출사고가 이어지자 인근주민과 시민들은 '도축장을 시외로 이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과도한 비용문제로 이전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탈출사고… 안전관리 도마위 = 지난 19일 오전 10시 7분께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의 한 도축장서 수소 한 마리가 탈출했다.

탈출한 소는 청주 신봉동 일대와 무심천 인근 도로를 누비던 중 도축장 직원에게 10여분 만에 붙잡혔다. 다행히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4일 오후 4시 42분께 이 도축장에서 탈출한 젖소 한 마리가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탈출한 젖소는 시내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린 뒤 탈출 1시간 20여 분만인 오후 6시께 내덕동 모 어린이집 인근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에 의해 사살됐으며, 젖소를 제압하던 시민 A(61)씨가 머리와 가슴에 큰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이에 경찰은 도축한 젖소의 감시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젖소 주인 B(52)씨와 도축장 대표 C(55)씨를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두 사고는 모두 계류장에 안전관리인이 자리를 비우면서 발생한 사고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 소홀로 처벌을 받은 도축장에서 또다시 소가 탈출하면서 해당 도축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축장 이전하라' vs '이전 비용만 수백억원'= 잇따른 도축장의 소 탈출 사고로 시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부 김진희(41·청주시 신봉동)씨는 "문제의 도축장 인근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삼성아파트, 우림필유 아파트, 두진 백로아파트, 삼일아파트 등 2천여 가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어 더욱 불안하다"며 "또한 차량이 많이 다니는 신봉동 도축장을 유동인구가 없는 도심 외곽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 정호균(35·청주시 운천동)씨도 "사람과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심 한복판에 도축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에게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도축장을 시외로 이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축장 이전을 원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지자체에선 도축장 이전을 꺼리는 상황이다. 도축장 이전에만 수백 억원 상당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축장 이전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도축장 이전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안전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탈출 소가 도심을 활보하는 모습

◆계류장 안전요원 배치 등 대책= 이 같이 소 탈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충북도는 이 도축장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에 나섰다.

충북도는 신봉동 도축장에 대해 안전점검을 벌인 뒤, 소를 하차하는 계류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출하물량이 몰릴 경우 도축을 기다리는 소를 미리 도축장에 하차시키지 않고, 화물차에서 대기하는 '차상계류'를 권장하기도 했다. 이어 계류장 일원에 CCTV를 설치·운영하는 것과 동시에, 도축장과 출입문 사이에 차단 시설을 추가적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출하물량이 몰릴 경우 도축장 측에서 안전문제에 소홀해 지는 경우가 많은데, 도축을 우선으로 하기보다는 안전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며 "소 탈출사고로 시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도축장 안전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류제원

bluezzo@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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