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교육청 다문화교육센터 대표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가 마치 비리와 부패의 왕국 같다고 혹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를 강력히 부정하는 이들 또한 없으니 선진국 국민으로서 참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전국의 어디에서나 커튼을 조금만 들추어도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니 눈 감고 코와 귀를 막지 않으면 잠시도 견디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 모든 게 누구의 걸작인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더니 무위도식하다가 선량한 시민 등치는 일로 연명하던 이들이 그게 잘하는 짓인 줄 알고 터를 잡으니 공적 영역까지 오염되어 부패하기 시작한지가 한참이다.

 날만 새면 하루도 빠짐없이 전달되는 뉴스채널은 차라리 '비리채널'로 명명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꼬집기도 한다. 20~40%에 달하는 전과기록자들의 집합소라서 그런지 기초의회에서 국회에 이르기까지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곳이 없으며, 비리가 들어나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잘못이 없다고 고개 반짝 치켜들고 버틴다. 이들이 시민의 대표란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돈 앞엔 청렴도 소용없나보다. 돈으로 미끼 띄우니 말단의 송사리에서 고위직 고래까지 줄줄이 물려나오고, 돈으로 싸 바르면 가해자도 피해자로 둔갑한다는데, 이럴 때의 지팡이는 눈뜬장님용인가. 목소리 크고, 말 바꾸기 잘하며, 얼굴이 두껍고, 초상집에서 기념사진 찍어야 큰일도 잘한다니 깜도 안 되면서 이력명함 돌리고, 밥값에 떡값까지 얹어 잘되면 케익 상자도 기대하란다는 데. 이런 게 졸부들의 신종 보시인가. 호사다마라고 농성 쓴맛보지 않은 새 사업장 없고, 시신 앞에 놓고 흥정하며, 반대가 심해야 보상가가 올라가고, 표(票) 먹고 사는 이는 큰 동네만 쳐다보고, 보도블록은 유행 따라 바뀌는데, 동구 밖 움막집은 언제쯤 헐리나.

 창군 이래 악화된 병영비리는 죽어나가도 순간 비상이고, 학교폭력근절 원년은 해가 지나도 원년이고, 금융 비리는 연식 바꿔가며 묘기만 갱신되고, 종교비리는 신앙심의 두께로 끄떡도 않고, 학원의 비리를 공교육이 옹호하니 교실의 무질서는 학원에서 보상받으니 척결의 날 세운대도 꿈쩍도 않는다.

 위장전입과 위장취업, 유령숫자와 유령인구, 가짜면허증과 국제졸업장, 동포팔기와 교포사기, 탁상 인허가와 솜방망이 처벌, 페이퍼 컴퍼니와 지하경제, 장마철의 수해복구와 침몰 후의 안전대책, 후덕한 세비인상과 영세한 영세민 지원, 그리고 배곯아 허기진 이웃 젖혀놓고 먼 난민의 우선구호는 잘한단다.

 보는 게 임자라는 국고보조금, 교단에 서있는 성범죄 교사, 학점은행의 비리와 밀수가 관피아로 보장되고, 떼법 위의 무법이 활개치고, 무전유죄와 유전무죄가 상식화되는데, 모두가 선장인 코리아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정기관을 사정하지 않아서 그런지 진흙탕 흐름은 언제쯤이나 맑아질지 온 국민이 근심과 걱정이다. 이것도 안 해도 되는 95%의 기우인가? 신조어인 관피아가 무엇이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내일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각종 피아님들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정화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들이 어제 생겨나서 오늘 치우자고 염려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된 이 치고 이렇게 큰일을 어찌 모르겠는가. 부디 소망하옵건대 들통 난 지금이 바로 잡아야할 적기로 인식된다면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나 자신부터 스스로 벗어나도록 와신상담으로 반드시 이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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