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류제원 사회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뼈아픈 속담이 있다. 소를 도둑맞은 다음에야 빈 외양간의 허물어진 곳을 고치느라 수선을 떤다는 뜻,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최근 우리의 자화상을 떠올려보면 여태까지 참 많은 소를 잃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는 것이다.

1993년 10월 10일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부터 1994년 10월 24일 충주호 유람선 그리고 올해 4월 16일 온 국민을 울리게 했던 세월호 여객선 참사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여기저기서 '안전'을 외치며 부산을 떨었다. 재난 컨트롤 타워를 만들기 위해 소방방재청과 해경을 편입한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기도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안전행정부 주도로 관계부처가 협력해 해안지역과 강·호수 등 유람선 전반에 대해 연안 여객선에 준하는 안전점검을 시행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정부의 뒤늦은 대처에 일부 시민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다'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대다수의 부정적인 생각에 기자는 정부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지지하고 싶다. 더는 무고한 희생이 없어야겠기에 정부의 부단한 노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218일. 기자는 정부의 이런 지침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겠지'라는 기대를 하고 특별취재팀과 함께 지난 한 달동안 현장을 찾아 충북 단양과 충남 대천의 유람선에 올랐다.

현장에 찾아간 기자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안전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과적승선, 술독에 빠진 유람선을 보게 된다면 '유레카'를 외치며 취재욕심 그리고 단독취재라는 기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전무방비 상태에 빠진 유람선, 즉 아직도 고치지 못한 외양간을 바라보면서 취재욕심조차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깊은 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안전의식이 더 좋아졌겠지'라는 바람은 한낮 꿈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허가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행정기관의 무책임한 태도에 원망마저 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18일 그리고 충주호 유람선 화재가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다. 잇따른 대형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아직 여객선 업체에서는 외양간조차도 수리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수리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더는 무고한 희생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 나서보니 정작 유람선 업계에서는 오히려 안전사고 발생을 유도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 개탄스럽기만 하다. "유람선사 대표님들. 외양간이 너덜너덜해진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언제까지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방치만 하실건가요? 언제쯤 국민이 안전한 유람선을 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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