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지난 1월 하순, 협곡열차를 타려고 3명의 고교동기가 부부동반 여행을 떠났다. 재작년에 개통한 백두대간협곡열차 브이-트레인(V-train)은 객실이 3개이고, 강원˙충북˙경북을 하나로 잇는 중부내륙순환열차 오-트레인(O-train)은 객실이 4개이다. 오-트레인도 좋지만 낙동강 상류의 깨끗한 물을 보면서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계곡 사이를 달리는 V-트레인이 더 인기가 높다.

태백시 철암역에서 봉화군 분천역으로 가는 V-트레인을 타니 코레일이 객실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 반겨주었고 경쾌한 음악이 우리를 환영했다. 태백에서 경상도의 삼수갑산(三水甲山) 봉화군으로 내려오면, 고산준령과 맑은 물이 계곡을 이룬다. 시속 30키로 열차가 굼벵이처럼 달리며 산골의 그림 같은 비경(秘境)과 선경(仙境)을 보여주니 모두들 감탄을 한다. 군복무시절 봉화군으로 출장을 자주 다녔고, 봉화의 닭실마을, 청량산 등을 가보았지만, 열차가 느릿하게 아름다운 협곡을 보여주니 또 다른 맛이 난다.

코레일은 작년 봉화군 분천역에서 스위스 알프스의 관광열차 기착지인 체르마트역과 '기차역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래서 분천역은 스위스 체르마트역을 본따 새롭게 단장을 했다. 필자는 그동안 스위스를 몇 번 갔었는데 아름다운 산악지역에서 자라는 소와 양들 그리고 빨간 꼬마기차가 알프스 준령을 힘차게 달리는 것을 보고 반했었다. 양원역과 승부역 구간은 자연풍광이 빼어난 첩첩산중의 골짜기로 스위스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다.

봉화를 생각하면 몇 년 전에 본 '워낭소리' 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깊은 산골에서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노인부부가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와 살아가는 노부부의 즐거움을 보았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가슴이 뭉클한 영화다. 강원도 횡성군 산골의 89세 소녀감성 할머니와 98세 로맨티스트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괴테는 "사랑은 이상이고 결혼은 현실로 둘을 혼동한 죄는 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상과 현실을 인식하고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감싸안을 준비가 필요하다. 부부간의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를 수 있지만, 그 사랑의 불길을 계속되게 만드는 것은 존경이라고 생각한다. 부부란 서로 의리와 은혜로 사랑해야하고, 각자가 상대를 돕고 같은 수준으로 생활해야 집안이 평화롭다. 또한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며 집안에서 힘든 일은 돕고, 부인은 남편이 집으로 귀가하고 싶은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에 본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들은 정말 분주하게 사는 시대의 사람들이었고, 국제시장 영화의 주인공들은 우리들의 현실이다. 그동안 힘겹게 노력하며 살았으니 장수시대에 이제는 조금씩 여유를 갖고 즐겁게 살았으면 한다. 자산관리나 건강도 중요하지만 여유롭게 노년에 함께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배우자는 즐거운 삶을 사는데 매우 중요하다.

겨우내 얼어 있던 계절이 가고 봄날의 비를 맞아 생명들이 고동을 울리는 봄의 시작, 아내와 즐거운 삶을 위해 협곡열차를 타러 봉화에 다시 가고 싶다. 청정지역 낙동강 상류의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도 듣고, 태백산의 맑은 정기와 궁궐의 기둥으로 사용하는 금강송(金剛松)인 춘양목의 힘찬 기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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