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재풍 변호사

4월이 시작되면서 2년 임기의 청주YMCA 제36대 이사장으로 부름을 받았다. 1948년 설립되어 지역 시민단체의 맏형으로서 많은 역할을 해왔으면서도, 최근 들어 제도변화에 따른 재정적 곤란과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우후죽순 출현으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영향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던 청주YMCA. 그래서 16년동안 '이사'라는 직분을 맡아왔고, 오래전부터 책임자인 '이사장'을 맡으라는 선배들과 회원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사양하던 그 자리를,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응했다.

작년 6월말까지 1년간 국제 라이온스협회 충북지구 책임자인 지구총재(District Governor)를 맡아 전국 최고 지구로 올려놓았다. 채 1년이 되지 않아 다시 무거운 짐을 지게 되니, 몸과 마음의 무게가 정말 장난 아니다.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단체 자체가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고, 무엇보다 과거의 찬란한 전통을 되살려 본령인 청년과 청소년을 돌보고 시민들의 권익을 지키며 지역사회를 효과적으로 섬기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이사장 취임한 뒤 KBS 라디오의 인터뷰 프로에 출연했더니, 연이어 봉사단체의 책임을 맡는 목적이 뭐냐고 묻는다. 내 답은 명료하다. 중요하면서도 남이 하기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일에 부름 받았기 때문이라고. 라이온스 지구총재도 그랬고, YMCA 이사장도 그렇다. 시간과 정력이 정말 많이 요구된다. 결코 빛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기독교인이고, 16년 동안 YMCA의 이사로서 그 울타리 안에 있던 자다. 더 이상 무겁다고 짐을 피할 수 없어 부르심에 응했다.

YMCA는 기독교 평신도 민간선교단체다. 1844년 런던에서 젊은이들의 정신적 영적 상태개선을 목적으로 처음 시작되어 현재 전 계 120개 나라에 1만여 YMCA가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개화기에 들어와 근대화의 선봉에 서서 각종의 교육 문화 정신세계를 이끌고 민중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일제 강점기는 민중계몽을 통한 독립운동에 앞장섰고, 해방이후 독재시대에는 민주주의를 지키며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과 권익보호에 앞장섰다. 현재는 전국에 58개 YMCA가 있다.

청년 소셜디자인학교, 청소년 진로교실 등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파랑새 어린이교실, 푸른 나래 공부방, 커뮤니티 Y 활동을 통해 지역 아동을 보살피며, 무료급식, 시민중계실, 평생교육원, 근로자복지관 등을 통해 시민을 섬겨 온 청주YMCA. 이렇게 많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기독교정신이 쇠퇴했다든가, 청년과 청소년이 보이지 않는다든가, 자신들의 운영유지에만 매몰돼있다는 등의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같이 활동하다가 떠나간 이들도 많다. 그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 비판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YMCA로 돌아갈 것이다. 청년과 청소년이 주인 되게 하고, 물질적 풍요를 최고로 아는 시대에 거룩한 영적·정신적 시민자각운동을 펼쳐 시민들을 섬길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치인, 지자체장 모두 입만 열면 '경제'얘기를 하지만, 건전한 정신의 뒷받침없이는 무가치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정신세계 향도를 위한 시민강좌를 시작할 것이다. YMCA에 헌신한 선배들의 헌신에 흠가지 않게, 찬란한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21세기가 요구하는 봉사를 펼칠 것이다.

지금은 기독교력(曆)에 의하면 사순절의 마지막 주인 고난주간이다.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본받아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는 청주YMCA에 많은 분들의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오늘 아침 새벽예배 메시지대로, 하나님께서 나를 이 자리로 부르신 뜻과 이유를 확인하고, 부르심 받은 자리가 바로 성지(聖地)임을 깨달아 열과 성을 다해 섬김의 도리를 감당할 것을 다짐하는 아침, 지금은 사월(四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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