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완연한 봄이다. 열어놓은 창문 너머로 들어온 바람에 휘날리는 빨래의 움직임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소소한 일상과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는 계절이라 그런지 마음까지 눈녹듯 녹아내린다. 얼마나 기다렸던 봄인가 겨우내 웅크렸던 몸과 마음이 생동한다.

도서관의 4월은 참 바쁜 계절이다. 4월이 되면 도서관주간 행사와 세계 책의 날이 있다. 도서관주간 행사는 1964년부터 시작하해 매년 4월 12일부터 18일까지를 '도서관 주간'으로 정하고, 책을 매개로 도서관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독서 문화 행사를 연다. 올해로 51회째 맞는 전통적인 행사로 전국의 도서관이 다양한 행사를 열어 들썩인다.

올해의 공식주제는 '도서관, 책 속에서 설렘이 물들다!'이다. 설렘이 가득한 4월에 행사가 이뤄져서 그런지 올해 주제도 참 마음에 와닿는다. 표어로는 '꽃피는 봄, 책 피는 도서관', '도서관으로 발걸음, 내일의 꿈을 이루는 첫걸음' 등 두 개가 뽑혔다.

도서관주간 행사는 주로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과 전시, 공연이 주를 이루고, 특별강연이나 과월호 잡지 무료 배부 등이 있다. 우연히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했는데 좋은 강연을 접할 수도 있고, 관심분야 잡지를 무료로 받아갈 수도 있으니 1석 2조다. 도서관주간 주말이면 엄마 아빠 손잡고 도서관을 찾아와 동극을 보고 웃음짓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으며, 관련 동화책을 찾아주는 부모들의 손길이 분주한 것도 도서관의 모습이다.

세계 책의 날은 'World Book and Copyright Day'로 저작권의 날이기도 하다.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제도를 통해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1995년 유네스코에서 정한 날로 매년 4월 23일이다. 날짜가 23일로 결정된 것은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축제일에서 유래됐으며,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책의 날은 여러 국가에서 기념하고 있으며, 스페인에서는 책과 장미의 축제가 동시에 펼쳐지고, 영국에서는 이 날을 전후해 한 달간 부모들이 취침 전 자녀들에게 20분씩 책을 읽어주는 독서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의학에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문헌정보학(도서관학)에는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이 있다. 첫째, 도서는 이용을 위한 것이다. 둘째, 도서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셋째 개별도서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 제공하라. 네 번째, 도서관 이용자의 시간을 절약하라. 다섯 번째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과거 중세 도서관이 특수계층을 위한 수집과 보존의 기능이었다면, 20세기 이후 도서관은 대중의 교육을 위한 기관으로서의 도서관이 되었다. 랑가나단의 근대 도서관의 기초가 되는 5법칙을 만들었고, 모든 도서관 자료와 기술이 바로 이용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하였다. 누구나 올 수 있는 낮은 문턱으로 정보 접근의 기회를 평등하게 하여 다양한 자료를 찾을 수 있으며,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 열린 공간으로의 친숙한 도서관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청주에도 어느덧 벚꽃이 만개했다. 도심 곳곳의 벚꽃을 감상하고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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