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류제원 사회부

"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판사님, 저는 실수로 그랬습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판사님'을 언급하는 표현이 부쩍 늘었다. 뭔가 위험해 보이거나 모르쇠로 일관할 때 그리고 책임을 회피할 경우에 이같은 글을 사용한다. 인터넷상에서만 사용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이같은 표현을 법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외식프랜차이즈업체 준코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각수 괴산군수가 범행을 부인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준코의 회장 등 임원들은 임 군수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된 배경과 계획, 전달과정 등을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해 왔지만, 그는 13차례의 공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금품이나 선물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도 그럴것이 1억원과 관련 구체적인 혐의·정황을 입증할 금융거래내역 등이 없기 때문이다. 1억원을 마련한 대출내역, 만찬 일정, 사업관련 건으로 수차례 미팅을 가진 일정이 기록된 업무수첩 등이 확보됐지만 이를 선거자금 등으로 썼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임 군수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2억원 추징금 1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는 그에게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재판부가 준코 임원들의 진술을 얼마나 신빙성 있고 객관성을 갖췄다고 볼지, 임 군수의 유죄를 뒷받침할 만큼의 증거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그렇다고 그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2009년 12월 이 업체가 무직인 아들을 채용한 것에 대해선 "취업을 도와달라고 한 것은 맞다. 아비로서 부끄럽고 너무 죄송하다"라며 혐의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법정에서 1억원을 받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한 임각수 군수. 그렇기 때문에 26일 열리는 선고공판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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