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청주새날학교

이주민 르포르타주 새날학교 사진/신동빈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타냐(17)는 2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 고려인 3세. 부모님과 여동생은 타냐 보다 1년 앞선 2013년 충북 괴산에 정착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한국생활은 낯설었다. 진천에 거주하는 사촌이 유일한 말벗이었다.


"부모님은 괴산에, 저는 사촌과 함께 진천에서 생활했어요. 한국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힘들었죠. 사촌오빠 막심의 소개로 중도입국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2년 동안 청주새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타냐는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 오는 8월에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도전할 계획이다.

타냐와 단짝인 크리스티나(16)는 2년 6개월 전, 충북 진천에 이주한 러시아 고려인이다.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부모님을 따라 일곱 살 많은 언니와 한국 땅을 밟았다.

러시아에서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마쳤지만, 졸업장이 없어 진천 상산초등학교 4학년 과정에 입학했다.

"완전 아기들이잖아요.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고 답답해서 많이 울었어요."

크리스티나의 일반학교 생활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부모들은 학교에 다니기만 하면 아이들이 적응을 잘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중도입국 학생 상당수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교생활이 어렵다고 말한다.

"못 알아들으니 재미도 없고 공부를 할 수도 없어요.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곳을 몰라 진천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꼬마들과 함께 한국어를 배웠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크리스티나가 선택한 곳은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한 청주새날학교였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소개해줬다. 국적이 서로 다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나마 영어로 소통할 수 있어 안심이었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다문화 대안학교가 있다. 지난 2008년 4월 개교한 '청주새날학교'.

언어 문제로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방과 후 교실로 시작했지만 중도입국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대안학교로 전환했다.

청주새날학교 이용 학생의 대부분은 고려인과 조선족이다.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한국의 교과과정을 배우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평균 20명, 많을 때는 40명의 학생들이 일부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일부는 버스를 타고 다니며 학교생활을 한다.

크리스티나는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한다. 집에 귀가하면 7시가 넘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진행되는 수업은 기초반과 초급반, 검정고시반 등으로 나뉘는데 멘토 멘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 수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등반은 초등학교 검정고시, 고등반은 중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해야 들어갈 수 있다.

대안학교 운영 8년째. 청주새날학교는 미국 대학 진학 학생을 시작으로 올해는 3명의 학생을 대학에 보냈다. 곽만근(58) 교장은 한국어 집중교육이 아이들의 한국생활 적응에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중도입국 학생들이 서바이벌 언어를 습득하려면 최소 3년은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언어 문제를 한국 정착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어요. 초등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적응이 빠르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은 3년 정도 한국어 집중 교육이 필요합니다. 1년 정도로는 어렵지요."

곽 교장은 광주새날학교처럼 청주새날학교도 도교육청 위탁 대안학교로 자리매김하길 희망하고 있다. 아이들의 비자 연장이 가장 큰 이유다.

"학생 비자를 받아야 국내 체류가 가능한데 미인가 대안학교로 운영하다보니 뒤늦게 한국을 찾는 아이들은 한국어를 습득할 시간도 없이 19세가 되면 출신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청주새날학교는 지난 2011년 레인보우스쿨 위탁을 받았다. 이주배경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는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 23개소에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 레인보우스쿨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청주새날학교가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충북지역 위탁 기관인 셈이다.

충북도교육청 추산 중도입국 자녀는 2013년 195명, 2014년 217명, 2015년 180명으로 충북지역 전체 다문화가정 자녀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입국 후 일반 학교에 입학하지 않거나 학교 부적응으로 이탈한 학교 밖 아이들을 포함하면 중도입국 자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만근 교장은 중·고등학생 연령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사회, 도교육청 차원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도입국 자녀들을 지원하는 기관은 많지만 인가를 받은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산 아시아학교나 광주새날학교처럼 교육청 위탁을 받은 곳은 더러 있지요. 위탁을 받으면 아이들은 비자 걱정 없이 체계적인 학제에서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됩니다."

크리스티나는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중·고등학생 나이 중도입국 자녀들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스무 살에 한국을 찾은 언니와 이곳에서 만나 결혼한 형부는 지금도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요. 대학 진학도 어렵고 일을 찾기도 힘들죠."

십대 후반에 한국을 찾는 중도입국 자녀들에겐 언어 장벽, 학업 장벽, 취업 장벽 모두 한국사회의 넘기 힘든 적응 과제다. 다문화, 이주민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중도입국 청소년 자녀들은 한국 생활이 외롭다.

/ 김정미

2galia@jbnews.com



※중도입국청소년이란= 한국인과 재혼한 외국인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청소년,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중에서 외국인 부모의 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청소년, 외국인 부모와 함께 한국에 온 청소년을 의미한다.



■ 충북 다문화가정자녀 유형별 분포 (단위: 명)

구 분 국내출생 중도입국 외국인자녀 총합계
2013 2,269 (90%) 195 (7.8%) 56 (2.2%) 2,520
2014 2,706 (90.2%) 217 (7.3%) 76 (2.5%) 2,999
2015 3,064 (90.4%) 180 (5.3%) 145 (4.3%) 3,389

■ 충북 다문화학생 수와 학업중단률(단위: 명)

구 분 2012.3-2013.2 2013.3-2014.2 2014.3-2015.2 2015.3-2016.2
초등학교 1,456 (0.34%) 1,692 (0.18%) 1,976 (0.10%) 2,316 (0.30%)
중학교 479 (0.84%) 514 (1.17%) 568 (1,23%) 581 (0.69%)
고등학교 178 (1.69%) 314 (1.27%) 455 (2.42%) 492 (0.20%)

■ 충북 다문화 예비학교 현황 (단위: 명)

지 역 학교명 학생수(명)
청 주 한벌초등학교 33
충 주 충주 중앙중학교 3
제 천 제천 남당초등학교 2
음 성 음성 대소초등학교 12
진 천 청명학생교육원 6
합 계 56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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