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

'제주도 푸른 밤'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랜만에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숙소는 충북교육청 제주수련원에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기에 기분이 좋았고, 친구들에게 늦은 나이에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한 자랑스러움도 있었다.

제주도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오설록 도순다원에 갔다. 이 다원은 화장품으로 유명한 회사가 10만여 평의 불모지를 개간하여 3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다원과 현대식 제다(製茶)공장을 만들었다. 오설록 다원은 국내 전체 녹차 잎 생산량의 24%에 이르는 850톤의 녹차를 생산한다.

별세한 화장품 회사 설립자 S회장은 "어느 나라를 가도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의 전통 차 문화를 정립하고 싶다"며 차밭을 일구었다고 한다. 여러 해전 지리산 쌍계사 차밭에 간적이 있지만 오설록 다원은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이다.

이어서 서귀포로 가서 폭포도 보고 여미지 식물원을 방문했다. 점심은 이 고장 명물인 갈치조림을 시켰는데 싱싱한 해산물 덕분에 생선조림이 맛있었다. 오후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서 먹을 것을 위해 서귀포 시장을 갔다. 육지에서는 먹을 수 없는 갈치회, 고등어회, 방어회와 흑돼지 크로켓을 샀다. 숙소현관에서 충북지역의 교직원들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오래전 괴산군 산골학교에서 체육담당을 할 때 우리학교 육상선수가 제주도 주최 전국체전에 출전하였는데 그때는 여관에서 잠을 자고 경기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시절 교육청 수련원이 있었으면 더 좋은 성과를 얻었을 것 같다.

다음 날은 한림공원에 갔다. 오래전에 왔을 때 열대지방 식물들이 많아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9가지 특색 공원을 걸으며 특히 눈에 띠는 것은 20여 년 전 한중 수교를 위해 제주도에 온 중국의 장쩌민 주석이 이 공원에 식수를 한 게 보기가 좋다. 이 공원은 나카소네 일본수상, 리타 핀란드 국회의장, 박남기 북한 경제시찰단 단장 등 많은 외국 귀빈이 다녀 간 곳이다.

그동안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과 필리핀 보라카이 섬, 영국 남부 브라이턴 해변, 이탈리아 나폴리와 카프리 섬, 베트남 하롱베이, 그리고 홍콩 섬의 리펄스베이 등을 가보았지만 자연미 넘치는 제주도가 좋다. 여행 중 자연을 탐방하는 것은 마음을 탐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주도처럼 화산지역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참 아름답다. 하얀 파도가 치는 숙소근방 바다로 나가 제주도 올레 길을 잠시 걸었는데 어둠 속에서 별을 바라보니, 가을을 보내며 쓰지 못한 시의 문장이 저절로 내 걸음 속에서 태어날 것 같았다.

가을을 보내며 충북교육청 제주수련원에서 절친한 친구들과 제주도 푸른 밤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행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친구는 긴 여행을 떠나 함께 잠을 자보면 안다고 하는데 좋은 친구들과 여행이 즐거웠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우정은 인생의 태양이자 신이 준 최고의 선물' 이라는 말을 뇌이며 제주도 공항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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