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동례 대소금왕고 교사

김동례 대소금왕고 교사

깊어가는 늦가을! 황금들판도 수확의 뒷자락으로 텅 비어있습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설렘과 희망을 담아준다면, 싸늘한 가을바람은 왠지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한 해의 끝자락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교단에서의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도 학년 초와 달리 한 학년 끝자락에서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교사의 지도와 사랑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변화의 모습은 가르치는 교실에서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도내 선생님들의 수업컨설팅 요청으로 배움 중심 수업을 컨설팅하다 보면 다양한 수업을 관찰하게 됩니다. 교과특성상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경우에 심화과정을 수행하는 학급인 경우는 물 흘러가듯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깊이 있게 전개되고 그 멋진 수업을 참관하는 저도 행복함을 느끼며 많은 것을 얻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초반을 맡아 수업 공개를 하는 경우엔 선생님도 더 많은 준비를 하시고 아이들도 긴장하여 수업에 임하지만 생각만큼 만족하지 못한 수업이 전개됩니다. 아이들대로, 선생님대로 뭔가 불안하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속에서 참관자는 더욱 안쓰러움에 어찌할 줄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교사들은 대상자에 따라 천차만별의 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수업컨설팅을 하면서 얼마 전 저의 가슴을 크게 울린 컨설팅이 있었습니다. 신규 새내기 선생님의 수업 컨설팅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수준은 많이 부족하고 수업에 대한 관심과 준비도 형편없이 부족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상상할 수 없었답니다. 뒤에 앉은 저는 '어디를 보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할까?', '선생님은 과연 수업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20년 전 특성화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고충을 겪어야했던 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해를 넘어서 공감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수업이 점점 진행되면서 학생들을 향한 저의 실망스런 생각은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첫 발령을 받고 3월부터 푸른 꿈을 갖고 지식과 야망이 넘치는 선생님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선생님은 3월부터 아이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수업준비를 하여 아이들을 수업시간에 끌어들이고 그들의 마음을 건드리면서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학습목표에 도달하게 진행하였습니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속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은 진정 아이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음에 존경과 찬사의 마음이 들어 수업을 마친 후 컨설팅을 하려는 순간 눈물이 흘렀습니다.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 역시 자신의 힘들었던 고단한 시간을 알아준 컨설턴트의 눈물에서 함께 울면서 한 동안을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야 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진정 수행할 수 있는 수업을 위한 준비가 교사의 몫이라는 것을.

 교사들은 매일 가르치면서 정말 행복할까요? 교실 문을 나오면서 만족한 웃음을 늘 웃을 수 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다양한 수업상황이 주어질 때마다 교사들은 지혜롭게 대처해서 수업을 진행해 나가야 됩니다. 특히 예민하고 감성이 매우 솟구치는 10대들의 감정변화를 읽으면서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교사! 이렇게 보이지 않는 무한 노력으로 가꾸어진 다양한 빛깔의 아이들은 어쩌면 화려한 가을 단풍의 색보다 더 아름답고 진귀할 것입니다.

 '수적석천'(水適石穿)'이란 한자성어가 떠오릅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것처럼 교사의 관심과 사랑은 학생들을 크게 변화시키고 성장시킨다는 것을. 그리고 또한 그들의 변화에 교사는 행복한 웃음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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